설교

김경재 목사 1998년 12월 20일 설교

경동교회/ 당시 경동교회 협동목사

왜 거친들로 데려가시는가?

 
호세아 2장 14~18절

"그러므로 이제 내가 그를 꾀어서, 빈 들로 데리고 가겠다. 거기에서 내가 그를 다정한 말로 달래 주겠다. 그런 다음에, 내가 거기에서 포도원을 그에게 되돌려 주고, 아골 평원이 희망의 문이 되게 하면, 그를 젊을 때처럼, 이집트 땅에서 올라올 때처럼, 거기에서 나를 기쁘게 대할 것이다. 그 날에 너는 나를 '나의 남편'이라고 부르고, 다시는 '나의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그 때에 나는 그의 입에서 바알 신들의 이름을 모두 없애고, 바알 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그 날에는 내가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하고,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의 벌레와 언약을 맺고, 활과 칼을 꺽어버리며 땅에서 전쟁을 없애어, 이스라엘 백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하겠다.

베드로전서 2장 1~5절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악의와 모든 기만과 위선과 시기와 온갖 비방하는 말을 버리십시오. 갓난 아기와 같이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그리워하십시오. 여러분이 그것을 먹고 자라서, 구원에 이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습니다. 주님께 나아오십시오. 그는 사람에게는 버림을 받으셨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받은, 살아있는 귀한 돌입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과 같이 되었으니, 신령한 집을 짓는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제사장이 되십시오.

누가복음 2장 8~12절

그 지역의 목자들이 밤을 세우면서, 자기들의 양 떼를 지키고 있었는데 주의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나고, 주의 영광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해 준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적이다.


성탄절이 좀 낯선 손님처럼 정말 이렇게 저기 오고 있습니다. 대림절 기간에도 우리는 IMF경제시련, 자녀입시걱정,아시안게임 2위굳히기, 오대재벌 빅딜결정, 미국의 이락폭격과 대통령탄핵, 실직자 구제활동등등, 여러 가지 일로 염려하고 분주했었기에 마르다에게 하신 말씀 너는 너무 여러 가지 일로 너무분주하여 꼭 필요한 한가지를 놓치거나 소홀히 했구나라는 꾸중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조차도 성탄절이 마치 외지에서 온 손님 대접을 받는 듯하여 어쩐지 주님께 죄송한 맘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주님의 강생을 제대로 맞이하는 바른 성탄맞이가 될까요? 이 아침 강단의 말씀은 그 문제에만 집중하여 우리모두 성경말씀 앞에 마주서 보았으면 합니다.

우선 오늘 성경본문을 경청하면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 세 가지 말씀 속엔 무엇인가 서로 통하는 어떤 점이 느껴집니다. 먼저 호세아서를 표준새번역 성경으로 다시 읽으면 "그러므로 이제 내가 그를 꾀어서 빈들로 데리고 가겠다. 거기에서 내가 그를 다정한 말로 달래주겠다고 되어있습니다." 그 다음 누가복음 본문에는, 최초로 메시야의 탄생소식을 듣는 사람들은 들에서 밤을 지새며 양을 돌보던 가난하고 헐벗었던 목동들이라고 했고, 메시야의 표징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갓난아기" 라고 일러줍니다. 마지막으로 베드로전서 본문을 보면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악의와 모든 기만과 위선과 시기와 온갖 비방하는 말을 버리고 갓난아기와 같이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시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상 세 가지 말씀을 읽는 중 우리가 받는 인상적인 어구들은 거친 들로 이스라엘을 데리고 나감, 들판에서 양치는 목자, 강보에 싸여 말 밥통에 눕혀있는 아기,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등이 귀에 강한 음조로서 들려옵니다. 그러한 말들 속에 감취어져 있는 공통된 상징 의미는 '단순성'과 '순수성'이라는 두 말로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성과 순수성을 한번더 다른 한마디말로 통합해 표현하는 성경의 메시지는, 저 산상수훈 첫마디에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성탄절 이란 사람의 마음들이 '가난해져야 하는 계절'이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가난해지려면, 번잡한 일들을 정리정돈하여 삶의 자세에서 단순성을 회복해야하고, 복잡한 맘을 버리고 순수한 맘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수해지고 단순해진 맘 을 지닌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이 보이고, 메시야가 어디에 누워 계시는지 보이고, 영광의 코러스가 들리고, 아골의 평원 곧 고통의 평원은 희망의 문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금년도 크리스마스가 세계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낯선 외지 손님처럼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단 한가지, 그리스도인들의 맘이 이세상 풍조를 따라 덩달아 이리저리 끌려살다보니 관심의 대상이 너무 번잡해졌고, 생각하는 것이 복잡해져서 단순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현대판 바알신 곧 황금신과 번영의 신을 섬기는데 정신이 팔렸고, 악의-기만-위선에 능통하게 되어버린데 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복음의 진정한 메시지 특히 성탄의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는데 오늘 설교자의 고민이 있습니다. 흥청거리는 경제의 호황을 즐기는 뉴욕 멘하탄 번영가에서 선물꾸러미를 한아름 들고 서있는 산타클로스의 웃고있는 모습, 성탄절기에 한몫을 보려는 백화점 네온싸인의 황금불빛들, 점점 높아만 가고 호사스러워만 가는 교회와 성당의 건물들, 예수 믿는 사람들만이 모여 축하하는 각종 성탄 축하행사들 속에서 항상 가장 본질적인 그 무엇, 곧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한 아기'가 안 보인다는 말입니다.

호세아 예언활동 시절 주전 7세기말, 이스라엘 백성은 남북왕조로 갈리어진 유다와 이스라엘은 모두다 겉으로는 번영으로 흥청거렸고, 각종 종교집회와 행사가 왕성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보시기엔 본래 남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외간남자를 따라가서 외도하는 여인처럼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영적으로 부패하여 바알숭배 곧 배금사상과 풍요신에 맘을 빼앗기는 형국과 다름없었던 것입니다. 유다와 이스라엘 남북조 어느 쪽이건 사회내의 빈부격차는 심하고, 상도의는 땅에 떨어져 저울눈을 속이고, 종교의 경건성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치장물로 변질되어 형식적 관습으로 전락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시대정신의 큰 질병상태를 깨우쳐주어야 할 관리들, 지식인들, 사제들마저도 그 부패와 타락상이 덩달아 극에 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에집트 노예생활에서 벗어난 직 후, 광야에서 민족이동을 하고 있을 땐, 비록 헐벗고 가난했더라도 사람다운 기쁨을 맛보면서 자유와 정의와 진실의 하나님, 참 생명의 하나님과 하나되어 그들 심령이 참으로 행복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하고 강하다는 에집트 왕궁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던 저 광야 40년 하나님과의 밀애시절을 모두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그런 시절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던 것입니다. 40년동안 광야 거친들을 헤멜 때에 비하면, 지금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형편과 처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나아졌지만, 입만 열면 터지는 것이 불평이요, 박탈감이요, 불만이고, 고통과 염려뿐이고, 다툼과 시기경쟁 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참된 예배가 드려질 리가 없습니다. 순수한 감사도, 찬양도, 신앙에서 울어나는 숭고한 영적 희열과 감격도 살아진지 오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호세아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다시 한 번 거친 들로 데리고 나아가서 그 옛날 첫사랑 시절을 회상하게 하고, 지금 돈과 권력과 허영과 탐욕에 미쳐버려서 자기 본래의 얼굴모습, 인간의 본래 성을 상실해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기본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타일러 깨닫도록 하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의 문맥에서 거친들은 구체적으로 시나이 반도의 광야를 말합니다. 마실 물과 식량도 귀하던 그 황량한 들판,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과 밤엔 차가운 냉기로 추위에 떨어야했던 곳입니다. 거친들은 누구든지 재산을 독점하여 쌓아놓는 방식으로 소유하거나, 사치하거나, 경쟁 할 것이 없는 아주 단순한 집시들 같은 행색을 의미합니다. 바람에 날려오는 메추라기와 아침들판에 흰 진눈깨비 처럼 쌓이는 만나로서, 그것도 하루분량씩만 거두도록 허락한 그 존재양태로 돌아가는 인간의 순수형태를 의미합니다. '거친 들판'으로 나간다는 말은, 그러므로, 단순성의 회복, 순수성의회복 그것을 의미합니다. 세례요한을 비롯하여, 2-3세기 최초의 수도사들이 거친 광야 사막의 동굴을 찾아들었던 이유도, 하나님을 체험하기 위해 단순성과 순수성을 먼저 되찾으려는 하나의 방편이었던 것입니다.

하늘은 우리 한국민과 세계인류에게 성탄의 메시지로서 들려줍니다. 너희가 지금 가지고 누리는 물질적 부와 삶의 편의성은 내가 창조의 첫 설계도를 그릴 때 새운 기준보다 훨씬 초과하고 있다. 초과정도가 아니라 과잉초과여서 창조세계 건축물 자체가 인간탐욕의 하중을 견디다 못해 붕괴직전에 있다. 너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정 해야 할 일은 보다 가난해지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보다 가나해지는 것, 그리하여 인간으로서의 순수성과 단순성을 회복하여 보다 도덕적 양심이 되살아나고, 보다 예술적 감수성이 깨어나고, 보다 종교적 영성이 고양되고 성숙해지는 것, 그것이 너희와 피조물이 살 길이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너희는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적이다". 성경은 오늘도 같은 메시야의 표적을 들려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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