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적법 청빙" vs "교단 법 위반" 명성교회 세습 둘러싸고 날선 공방 벌어져

27일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영향 미칠 총회재판국 공개 심리 열려

ms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심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벡주년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심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날 재판국은 또 다시 결론을 미뤘다.

이날 총회재판국은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동남노회 비대위)가 서울동남노회장을 상대로 낸 결의무효 소송에 대해 심리를 진행했다. 앞선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했던 총회 재판국은 이날 심리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원고인 김수원 비대위장 측과 피고인 서울동남노회 양측은 심리를 통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피고측 변호인으로 나선 김재복 장로(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위임 청빙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김 장로는 예장통합 총회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었다.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과 관련, 예장통합 총회는 세습금지를 헌법에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 교단 헌법위원회는 지난 해 9월 해당 조항에 대해 "목사 청빙은 교회(성도) 권리이다. 헌법에 따르면 교단은 교회의 자유(교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장로교는 대의 정치와 회중 정치에 근거하고 있다. 헌법 정치 제28조 6항(세습금지법)은 이를 위배하는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므로 수정·삭제·추가 즉 보완하는 개정을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었다.

피고측 변호인인 김재복 장로는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은 사실상 위헌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로의 변론 취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헌법위원회가 교회의 기본권 침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건 사실상 위헌이라는 의미다. 명성교회가 낸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안은 헌법위원회의 판단에 근거해 마련한 것이다. 사회법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이 나오면 새로운 법이 마련 될 때 까지 해당 법안의 적용을 중지시킨다. 헌법위원회가 세습 금지 조항이 양심의 자유, 대표자 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김 장로는 이어 위임목회자의 자격을 명시한 총회헌법 28조 6항이 은퇴한 목회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의 청빙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예장통합 총회헌법 28조 6항은 ①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②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김 장로의 변론 취지는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5년 12월 은퇴했고, 이에 김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임명이 관련 법 위반이 아니라는 말이다.

ms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심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벡주년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원고측 변호인인 송준영 목사(오른쪽)가 변론하고 있다. 왼쪽은 원고인 김수원 목사.

원고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원고측 변호를 맡고 있는 송준영 목사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피고측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예장통합 총회헌법 28조 6항에서 은퇴목사를 규정하지 않은 건, 교단 총대의원들이 은퇴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목회자에게 이 조항을 적용하는 건 엄격하다고 뜻을 모든데 따른 결과다.

또 피고측이 대표자 선택의 자유를 주장했는데 장로교단의 경우 목회자의 임명은 노회의 권한이다. 교회의 기본권은 과거 국가권력이 종교를 법으로 강제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에 종교개혁에서 교회 자유를 외쳤다. 지금은 교회가 누구나 교단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즉 장로교단을 원치 않으면 탈퇴할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교단법 적용을 안 받겠다고 하면서까지 교회의 자유를 주장하는 건 교단의 존립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다. 또 헌법위원회는 합헌과 위헌의 판단, 유효와 무효의 법리판단을 내리지 헌법 조항 자체의 내용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개정이나 삭제 이전까지는 효력을 유지한다."

양측의 공방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피고 측은 김하나 목사의 위임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재복 장로는 변론을 마치면서 "제3자를 담임목사로 임명하면 99% 교회가 분열됐다. 다수의 성도가 (김하나 목사를) 원했고, 이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사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음에도 재판국은 결론을 내지 않았다. 해당 사건의 주심을 맡은 조건호 권징서기(소망교회)는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심리에서도 별다른 결론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