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정착촌-50년의 치밀한 영토 약탈

정주진 박사(평화학)

정착촌의 시작과 형태

이스라엘 정착촌
(Photo : ⓒ 정주진)
▲베들레헴 목자의 들판 인근 정착촌

1월 10일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에 새로운 정착촌(settlement) 건설을 허가했다. 2018년에 1,285채의 주택을 건설하고 20개의 정착촌에 추가로 2,500채의 주택건설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트럼프의 선언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발표를 전 세계 언론은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트럼프의 선언에 항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지를 업고 팔레스타인 영토 약탈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당장은 평화회담이 시작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평화회담이 진행된다면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정착촌은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것이다. 세계의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법상 불법인 정착촌 확대를 꾀하는 이스라엘의 속셈은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의 웨스트뱅크와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도시와 마을을 말한다. 정착촌은 무장 경비대가 감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착촌이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땅에 있기 때문이다. 남의 땅에 마을과 도시를 만들었으니 삼엄한 경계를 하는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정착촌에 불법으로 거주하는 유대인 정착민은 60-75만 명 정도다. 전체 이스라엘 인구의 11%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은 국제법을 어기고 자국의 경계를 넘어 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로 만들어진 정착촌은 150개에 달하고 개인이 불법으로 지어 거주하는 마을도 119개에 달한다. 이런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86%는 이스라엘인과 유대인 정착민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정착촌은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팔레스타인 사유지를 약탈해 만들어졌다.

정착촌의 역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소수였지만 유대인은 현재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1880년대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인구는 3%에 불과했다. 그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근대 유대인 국가를 세울 뜻도 없었다. 그런데 19세기 말 동유럽에서 시오니스트 운동이 일어났고 시오니스트들은 "유대인 국가"를 세우길 원했다. 그들은 하나님이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에게 약속하셨다고 주장했고 자신들의 주장을 현실화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땅을 사들여 유대인 촌, 다시 말해 정착촌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정착촌은 키부트짐(Kibbutzim)와 모샤빔(Moshavim) 등으로 불렸는데 최초로 세워진 것이 데가니아(Degania) 키부츠로 1909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이스라엘의 경제도시인 텔아비브도 이때 건설된 최초의 정착촌 중 하나다. 이런 정착촌은 급속도로 증가해 1950년에는 214개의 정착촌에 67,550명의 유대인이 거주했다. 정착촌을 통해 동유럽 유대인들은 당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던 영국의 협조로 팔레스타인을 식민화하기 시작했고 유대인 국가 건설의 토대를 마련했다. 다른 한편 동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로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유입이 늘어났고 1922-35년 사이 유대인 인구는 9%에서 27%로 급증했다. 유대인들은 지주가 부재한 땅을 주로 사들였고 이로 인해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소작인이나 임차인들이 쫓겨났다. 유엔은 유대인 정착촌들을 인정해 1947년 분리계획에서 전체 팔레스타인 땅의 55%를 이스라엘에 분할시켰다. 그 결과 이스라엘 영토는 주요 해안지역은 물론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도시를 둘러싸고 형성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주요 농업지역과 해안을 빼앗겼고 팔레스타인 지역들은 서로 단절되고 고립되는 형국이 됐다. 팔레스타인은 분리계획에 저항했지만 곧 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패해 땅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동예루살렘을 불법으로 이스라엘에 합병시켰다. 그러나 웨스트뱅크는 군사 통치 하에 두었다. 때문에 토지 이용, 팔레스타인들의 이동, 주택 철거 등 웨스트뱅크에 대한 일은 이스라엘 정부가 아니라 군이 결정하고 있다. 정착촌 추가 건설에 대한 발표를 국방부장관이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1967년 팔레스타인 점령 이후 본격화됐다. 그러나 유엔은 전쟁을 통한 이스라엘의 점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1967년 11월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242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전쟁으로 점령한 모든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평화를 위한 영토(Land for Peace)"의 개념에 따라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5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정착촌을 짓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계속 약탈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 가지 형태를 통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물론 이 모두는 국제법 상 불법이다. 그중 첫 번째 형태가 정착촌이다. 정착촌은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웨스트뱅크와 동예루살렘에 지어졌다. 대부분이 팔레스타인인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 및 마을과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지어졌다. 1993년 오슬로조약에 서명한 후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나 2017년에 정착촌 건설을 재개했다.

두 번째 형태는 전초지(outpost)다.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스라엘 정치인들이나 정부 부처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법에 따라서도 불법이지만 흔히 사후에 정착촌으로 공식 인정되었다. 2017년에 이스라엘은 사유지임을 모르고 건설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이런 전초지를 합법화해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 정부의 도움을 받아 우파조직들이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주거지 중심에 건설한 유대인 밀집구역(enclave)이다. 일부는 유대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이스라엘 법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주택을 철거하고 주민들을 쫓아낸 후 지어진 것들이다. 약 20만 명의 유대인들이 이런 형태의 동예루살렘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다. 그중 약 2천 명은 이스라엘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팔레스타인 거주지 한가운데 살고 있다.

정착촌, 전초지, 밀집구역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으로 만들어진 유대인들의 거주지역이다.

교묘한 토지 약탈

정착촌을 짓기 위해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땅을 약탈했다. 웨스트뱅크는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이스라엘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군사 통치와 명령을 적용하고 과거 오토만, 영국, 요르단 법까지 적용해 팔레스타인 재산을 약탈해왔다. 동예루살렘의 경우에는 이스라엘 법이 적용된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국제법을 무시하고 동예루살렘을 점령지가 아니라 이스라엘에 합병시켜 자국 영토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취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웨스트뱅크의 26%를 국유지로 선언하고 거기에 속한 공유지와 사유지를 빼앗아 정착촌을 건설했다. 이스라엘은 국유지의 근거로 오토만, 영국, 요르단 점령 시대의 토지 등록을 이용했다. 그러나 오토만이나 영국 통치시절에는 세금을 내고 토지를 사용해도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1968년 이후 이스라엘은 토지 등록을 중단시키고 등록되지 않은 토지는 모두 이스라엘 정부 소유라고 선언했다. 이렇게 뺏은 국유지에 건설된 정착촌은 흔히 주변 팔레스타인 사유지로까지 확대된다.

두 번째는 공공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하는 것이다. 웨스트뱅크의 토지는 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공공목적을 위해서만 정부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 통로, 정착촌들의 연결, 정착촌과 이스라엘의 연결을 위한 도로를 위해 사유지를 빼앗았다. 동예루살렘에서도 '공공목적'을 핑계로 팔레스타인 재산을 몰수해 12개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이스라엘 군이 군사적 목적을 내세워 일시적으로 사유지를 수용하기도 한다. 군사적 목적이 사라지면 토지를 돌려주어야 하지만 팔레스타인 소유자에게 돌려준 적은 거의 없다. 1967년 이후 이스라엘 군은 이런 방식으로 토지를 수용해 42개의 정착촌을 건설했고 정착촌 주변 토지도 수용해 정착촌 주민들과 군인들을 위한 도로를 건설했다. 팔레스타인 도시를 지나지 않고 군인과 정착민들이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분리장벽을 짓기 위해서기도 했다

부재자 토지를 몰수한 경우도 있다. 1950년 이스라엘은 부재자재산법을 통과시켜 1947-49년 대재앙(Nakba) 때 피난길에 오른 약 80만 명 팔레스타인인들의 재산을 몰수했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사유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들이 돌아올 수 없도록 했고 몰수한 토지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매각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후 같은 법을 웨스트뱅크에도 적용했다. 2015년에는 동예루살렘에도 같은 법을 적용시켜 웨스트뱅크나 가자에 살면서 예루살렘 귀환이 금지된 사람들의 사유지를 뺏는 데 이용했다. 이 또한 모두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정착촌이 야기하는 피해

불법적으로 건설된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삶을 위협한다. 대부분의 정착촌은 1995년 오슬로 II 협정에서 C구역(Area C)으로 설정된 곳에 있다. C구역은 웨스트뱅크의 61%를 차지한다. 이곳에 사는 유대인 정착민들에 대한 모든 행정은 이스라엘 행정기구가 담당한다. C구역의 유대인 정착민 수는 38만 6천여 명에 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30만 명 정도다. 이곳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직접적으로 이스라엘 군의 통치를 받고 간접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 하에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C구역의 의료와 교육을 책임지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 건설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의해 이뤄진다. 결국 C구역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은 이스라엘 군과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얘기다. 1967년 점령 이후 이스라엘은 전략적으로 웨스트뱅크의 토지를 약탈하고 국유화를 통해 정착촌을 확대했고 결국 유대인 인구가 더 많다는 이유를 들어 오슬로협정을 통해 사실상 이스라엘 땅으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웨스트뱅크의 A구역과 B구역에 거주하지만 이들도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C구역에 접근해야 한다. C구역은 웨스트뱅크의 수자원, 대부분의 비옥한 목초지와 농지를 둘러싸고 있다. 또한 광산, 광물자원, 관광자원도 여기에 밀집해 있다. 그런데 C구역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접근은 완전히 금지되거나 철저히 통제된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경제가 입는 손실은 연간 3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웨스트뱅크 수자원의 90%를 통제하고 정착민들은 웨스트뱅크 팔레스타인인들이 사용하는 양의 6배에 달하는 물을 사용한다.

정착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다양한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제한한다. 검문소, 도로봉쇄 등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 마을에 출입할 때조차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정착촌, 검문소, 분리장벽 등으로 인해 자신의 올리브 농장이나 경작지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가 없다. 정착촌에 가깝거나 분리장벽 뒤에 있어서 자신의 올리브 농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수확 때도 일주일 정도의 허가를 받아 들어갈 수 있다.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도 심각하다. 팔레스타인인들과 근접해 살기 때문에 양측의 충돌은 거의 매일 일어난다. 가장 흔한 정착민들의 폭력은 팔레스타인 주택, 자동차 등에 돌을 던져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행, 올리브나무 뽑기, 사유재산 파괴, 방화, 농지 파괴 등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때로는 수확한 올리브를 훔쳐가기도 한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수천 세대의 가구가 올리브 농사에 의존해 살아간다. 때문에 정착민들은 고의로 올리브나무를 없애기도 한다. 2016년에만 1,500그루의 올리브나무가 뽑히거나 피해를 입었다. 1967년 이후 25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뽑혔다. 정착민의 폭력은 고소를 해도 대부분 아무런 처벌 없이 지나갔다.

정착촌 건설과 함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택 철거 정책을 쓰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공동체 확장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핑계는 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졌다는 것인데 근본적 문제는 이스라엘이 주택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은 2만 7천 채의 팔레스타인 주택을 파괴했다. 2000-2007년 사이 이스라엘은 C구역의 팔레스타인 주택건설 허가 중 94%를 거부했다.

정착민들과 이스라엘의 전략

그렇다면 정착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체적으로 몇 개 부류로 나눠진다고 한다. 첫째는 종교적, 민족주의적 정착민들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이 역사적으로, 그리고 언제나 이스라엘 땅이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유대민족에게 약속한 땅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경제적 정착민들이다. 이들은 이념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정착촌의 주택이 더 좋고 경제활동에도 더 용이하기 때문에 이주한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의 지원까지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 번째 부류는 요르단 계곡에 거주하는 정착민들이다. 이들은 요르단강 주변의 풍부한 수자원과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주로 농사를 짓는다. 문제는 이것이 모두 불법이고 팔레스타인 영토와 자원을 약탈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피해를 주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자신들만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정착촌은 웨스트뱅크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한 전략적 목적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만들기 위해 동예루살렘을 병합시켰고 되도록 많은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정착촌을 건설했다. 그 결과 점령 50년이 지난 지금 웨스트뱅크의 C구역은 이스라엘 땅처럼 돼버렸다. 이곳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려는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이스라엘 의원들은 웨스트뱅크 전체를 차지하는 것은 인구 비례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웨스트뱅크의 61%에 달하는 C구역의 경우에는 유대인 정착민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정착촌은 예루살렘과 정착민 전용도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C구역의 팔레스타인인 인구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 철거, 추방, 자원 약탈, 주택건설 불허 등을 통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도록 다양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의원들은 웨스트뱅크에 있는 3개의 대규모 정착촌을 예루살렘에 합병시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14만 명의 유대인을 포함시켜 예루살렘을 유대인 다수의 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향후 평화협상에서 이용하려는 것이다.

정착촌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이해를 갖게 만든다. 관광객들은 곳곳의 정착촌에 있는 이스라엘 국기와 표지를 발견하곤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 땅으로 인식한다. 성지 순례를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대부분 현대식 아파트나 전원주택 같은 형태로 지어지고 말끔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도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신거주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약탈하기 위해 치밀한 정치적, 군사적 전략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정착촌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올해 초 정착촌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지지와 많은 서방국가들이 지금까지 이를 묵인해줬기 때문이다. 세계 시민들의 무관심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 많은 기독교인들의 무지와 무관심, 또는 의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착촌은 이스라엘 점령의 상징이자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려는 교묘하고 추악한 이스라엘의 전략이자 음모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회를 서로 단절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삶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 정착촌 문제의 해결 없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세계 시민들, 특히 기독교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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