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재판국장 이만규 목사)의 결론이 미뤄지면서 논란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총회재판국은 지난 달 27일 오전 심리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다. 총회재판국은 지난 1월 16일과 2월 13일 등 앞서 열린 두 차례의 심리에서도 결론 도출을 미룬 바 있었다. 총회재판국은 다음 기일을 오는 13일로 예고하고 회의를 종결했다.
총회재판국이 결론을 미루자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온 각 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총회재판국에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명성교회 성도들이 꾸린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아래 명정위)는 지난 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명정위는 먼저 명성교회 측 변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27일 공개리에 열린 총회재판국 심리에서 명성교회 변호인으로 나선 김재복 장로는 "총회헌법 28조 6항이 은퇴한 목회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의 청빙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명정위는 "변론의 논리가 고작 문구의 조사를 꼬투리 잡아 논지를 흐리는 것"이라면서 "상식과 논리가 판결의 기본임을 모르지 않을텐데, 얄팍한 궤변으로 벗어나고자 함은 그 어떤 존재도 두려워하지 않는 교만의 다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총회재판국을 향해 "쓸데없는 논란을 종식시키고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명한 판단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모임'(아래 교수모임)도 같은 날 총회재판국 앞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오는 13일로 예정된 기일에서는 "총회법에 의한 공정한 최종 판결이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교수모임은 "13일 재판 결과가 총회 존립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 판결기록은 다음 세대가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예정된 기일에 이렇다 할 결론이 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판국장인 이만규 목사는 3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목사는 "이 사건은 주심 재판관 3명이 맡아 진행하고 있고, 재판국장은 독립성을 위해 개입할 수 없다. 주심 재판관들의 보고가 오면 나머지 재판국원들이 회의를 거쳐 결론을 낼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했다. "기독교계 안팎에서 재판국의 결론이 늦어지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하자 이 목사는 "이런저런 목소리들을 다 경청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총회재판국의 모호한 입장에 대해 원고인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동남노회 비대위)는 우려를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남노회 비대위 측 관계자는 "총회재판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대책 마련도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총회재판국의 고민이 깊은 것 같아 우리도 말을 아끼고자 한다"라면서 "부디 재판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재판국 위원들의 표결 결과와 소수 의견 등을 명확히 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