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폭발, 지구 온난화와 수자원 고갈, 기근과 식량안보 문제, 첨단기술의 발전과 실업의 급증,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초국적 기업의 확산, 새로운 민족주의의 대두와 지역분쟁, 종교적 근본주의 성횡과 종교분쟁, 통신혁명과 정보화 사회의 문제. 미래사회가 몰고 올 숙제들이다. 이밖에도 많으나 이것만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물음표만 늘어간다.
이 같은 변화 무쌍한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교회는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오히려 그 보다는 교회와 사회 사이에 높은 벽을 쌓으며 사회의 각종 현안에 나몰라라 하거나 준비도 안됐는데 벽부터 허물고 대안없이 사회로 뛰쳐 나가지는 않을까?
감신대, 구세군사관학교, 성공회대, 연세대, 인천가톨릭신대, 장신대, 한신대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많은 신학생들은 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하는 ‘신학생을 위한 에큐메니컬 신학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오후 연동교회 교육관에 모여 들었다. 둘째 시간은 ‘미래사회의 변화와 교회의 선교적 대응’이란 제목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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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신대 채수일 교수가 18일 7개 대학의 신학생들을 찾아 에큐메니컬 신학강좌 두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베리타스 DB |
학생들은 이날 강의에서 격변하는 미래사회 앞에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한 신학자의 고민 그리고 고뇌에 동참했다. 신학강좌 두번째 시간 학생들을 찾아온 채수일 교수(한신대)는 미래사회의 각종 문제를 말하기에 앞서 직시할 현실을 언급했다. 그가 말한 현실은 '보다 많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등의 구체적인 용어로 표현됐다. 이런 용어 선택을 낳은 근원은 맘몬일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도 언급한 채수일 교수는 “나는 이런 형태의 경제위기와 파국은 인간이 회개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이'에서 '보다 적게'. '보다 빠르게'에서 '보다 느리게', '보다 높게'에서 '보다 낮게'로 삶의 뱡향을 정하고, 그런 삶을 행복하게 실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전환은 오직 회개와 생명의 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구조적 대안의 모색과 개인적 삶의 전환은 서로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채 교수는 스리랑카의 신학자 알로이스 피에리스의 주장을 인용, 개개인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알로이스 피에리스는 “'가난으로부터의 자유'가 '가난으로부터 오는 자유'와 결합되지 않으면 맘몬과의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맘몬이란 수단을 이용해서 가난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만 벌일게 아니라 그 가난을 즐겨보고, 그 속에서 자유를 찬양해 보자는 것이다.
채 교수는 “맘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우리가 맘몬을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가난으로부터 오는 자유'를 행복하게 누릴 때”라며 “숭배자 없는 우상은 힘을 잃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먹고 살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맘몬으로부터 생명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에게로 부자나라들, 부자들이 돌아설 때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나침반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바울 사도가 제시하는 지표가 무엇인지도 짚었다. 채 교수는 “하늘의 질서를 이 땅 위에 실현하려는 시도야말로 유토피아 운동이고, 종교적 혁명이 아닐 수 없다”며 “종교는 불가능한 새로운 가치를 이 낡은 세계 안에서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가치에 대한 부연 설명도 있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가치란 우리 시대의 '주류가치'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 더 높이'에 대한 '대항가치'이면서 동시에 '대안가치'여야 한다. 또 적대감에서가 아니라 사랑에서부터 비롯된, 종교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것이 아니라, 기쁘고 자발적으로 실천되는, 구체적인 실현 가능한 가치를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로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믿음'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다석 유영모는 '믿음'을 '밑바닥 소리'라고 했다”며 “모든 피조물의 신음소리, 우리 존재, 우주의 깊은 밑바닥 소리를 듣는 사람이 희망이 담지자이며 나는 교회가 이런 '희망의 담지자' '정신의 귀족'이 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선교적 대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 교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때 요구되는 신학적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신학적 담론들이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고 말한 채 교수는 공공성 신학 담론(Theologie der Oeffentlichkeit)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채 교수는 “(공공성 신학이)'공공적 지식인으로서 사회정의를 다루기 위한 신학적 근거'를 마련하게 했다”고 말했다.
'공공성 신학'이 당대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담론으로서 지구 자원과 재화에 대한 접근의 인민성, 개방성, 공공 복리성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면서 교회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을 확립하는 신학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공성 신학'의 한계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도 있었다. 채 교수는 복음주의 진영엔 “공공 신학'은 복음주의 내부 진영 안에서 상대적 진보성을 담보하는 담론”이라고 했고, 에큐메니컬 진영엔 “사회참여신학의 전통에서 다양한 담론으로 이미 구체화 되었기 때문에, 복음주의진영의 '공공신학'이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