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위원장 인금란 목사)는 3월 22일(목)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차별과 혐오 피해자를 기억하는 기도회"를 개최했다.
기도회를 시작하면서 김혜숙 목사는 물을, 김수산나 목사는 쌀을, 남궁희수 목사는 끈을 들고 입장하여 예배단상에 놓은 후 촛불을 점화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을, 쌀은 생명의 원천을, 끈은 하나됨을 상징한다. 이어 "새 하늘이 열리길," "새 땅이 열리길," "새 사람이 되기를" 기원했다.
죄책고백 순서에서는 차별과 혐오 범죄에 대해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했던 과오를 참석자들이 함께 고백했다. 고백은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펴낸 『깨어진 침묵』(여성신학사, 2001)의 기도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시간 우리는 고통당하는 이웃들 겨네 서지 못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고백합니다. 감추어진 불의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고통스레 신음하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돌보기는커녕 '꽃뱀'으로 몰아간 우리의 죄를 고백하며 참회합니다. 나와 다른 소수자들을 멀리하거나 낯선 이들을 낯설단 이유로 차별했던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증언 시간에는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성폭행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인 유미자 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인 베트남 출신 레티 마이투 씨, 최근 산창교회 시무 목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익명의 여성 등이 약자의 위치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례들을 증언했다. 대개의 사례들은 법이나 공권력이 약자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경청하지 않아서 피해가 커졌고 영혼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된 경우에 해당했다.
기도회는 성명서 "교회 안팎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일하게 하소서!"의 낭독과 '치유와 회복을 위한 몸짓'으로서의 엘름 댄스(The Elm Dance)로 마무리됐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교회 안팎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일하게 하소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현실과 아픔에 공감하며 정의로운 교회와 사회 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 1장 창조 이야기에 선포된 말씀과 같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동등한 존재'임을 고백하며, 예수 안에서 평등함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모든 차별, 불의와 폭력,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여 가해지는 모든 행위를 인권침해이자, 하나님의 정의에 반대하는 불의라고 선포합니다.
우리는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최근 확산되고 있는 #MeToo, #WithYou 운동을 통해 우리의 민낯을 대합니다. 우월한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성적 비하,' '성 착취'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교회가 가르쳐온 잘못된 성(性) 인식으로 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침묵했던 잘못을 회개합니다. 교회가 불의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덮거나 가부장제 위계질서로 많은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을 참회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모든 불의와 폭력을 극복하는 일에 신앙적으로 응답하겠습니다. 특히,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며 그 실태를 밝히고 문제해결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1. 교회 성폭력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하겠습니다.
2. 교회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3. 한국교회가 성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정당화한 구조와 관행을 탈피할 방안을 마련하고 성폭력관련법을 제정하겠습니다.
4. 교회와 사회 내 그릇된 성(性) 인식 개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5. 성(性) 인식 개선을 위한 성(性) 인지 교육 내용을 추가하고 예산 마련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2018년 3월 22일
차별과 혐오 희생자를 기억하는 기도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