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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 정상 회담을 앞두고

정지웅 교수 (코리아통합연구원, 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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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평창 올림픽으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열렸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돋보였다. 우리가 역사에서 경험했듯이 정치적인 자주성은 경제적, 군사적인 힘의 바탕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근세에 힘이 약했던 한반도에 대해 국제적 환경이 한반도의 운명에 항상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세계사적 차원에서의 한반도의 위상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강해지거나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힘의 상대적 열세에 있는 우리는 외국의 힘을 이용해야만 하고 외교적 솜씨를 발휘해야만 한다. 즉 한반도 주변 4강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주역량을 강화하여 세력상충을 중화, 조정하며 우리의 '생존' '국방' '경제협력'을 다져나가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도의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미국은 지금까지 자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지향해 왔지만,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 세계 2위국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패권이 전이될 것이라는 예상에 미국은 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C자 형으로 중국을 포위 압박하고 있고, 일본을 재무장시키고, 한국도 여기에 가담시켜서 자국의 국가미사일 방어체제(MD)를 완성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도 역시 떠오르는 중국에 안절부절,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과 더욱 밀착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이 미국에게는 천군만마 같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뿐만 아니라 크림반도 등 문제로 러시아와도 갈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일본의 욕구인 동시에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중국견제용 빅카드이다. 두 나라는 의기투합해서 일본의 보통국가화, 일본군대의 해외파병까지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의 과거사문제, 위안부문제는 유야무야되어 간다.

한편으로 동북아 지역 간의 경제협력은 더욱 증진될 전망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을 통해 점차 더욱 성장해 갈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TPP를 탈퇴했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시 TPP로 복귀하려고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FTA를 다시 조정하자고 하는 등 자국이익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시진핑도 연임제한까지 철폐하며 중국몽 실현에 몰두하며 동북아 패권국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동북아의 새로운 변수로 이제 확실히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민족의 미래를 어떻게 노정해야 할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버리며, 무엇을 협상하고, 무엇과 싸울 것인지? 그야말로 현명한 판단을 해야만 한다.

냉전이 와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에서 냉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 민족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저 자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핵무기 없는 한반도가 지속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익 추구에 몰두하는 한반도 대내외 정세변화 속에서 북한의 핵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난국을 헤치고, 평화를 만들어내고 통일까지 이루어내어야 한다.

지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김정은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신통치 않아도 기댈 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김정은의 단계적 비핵화 언급은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우리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중심이 되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어 내어 세계의 모범 국가가 될 수 있을지 남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만 한다. 특히 강조하건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상관없이 남북한은 관계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어도 남북관계가 나쁘다면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관계 개선은 민족 번영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기에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은 그 어떤 요소에 의해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남북한 모두, 특히 대한민국은 잡고 있는 운전대를 결코 놓지 않겠다는 자주성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스스로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국가는 결코 나라다운 나라, 제대로 된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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