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학과는 22일 채플에 무슬림 여성 하바 건씨를 연사로 초청했다. ⓒ이지수 기자 |
지난 해부터 개방적인 채플을 시도해 온 성공회대학교 신학과(학과장 권진관 교수)는 22일 채플에 이슬람교도인 하바 건(Havva Gue, 고려대 대학원)씨를 초청해 이슬람교와 이슬람문화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채플에는 신대생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성공회대는 신대생들이 타 종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사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종교간 대화'를 주제로 채플을 개최해오고 있다. 1회 때 불교학자인 소은 스님, 2회 때 천도교 이선영 선무사를 초청했으며, 이번 3회를 맞아 이슬람교도를 초청했다.
앳된 얼굴의 하바씨는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이날 참석한 신대생들과 비슷했지만, 어깨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 치마와 얼굴에 두른 히잡이 신대생들과 '전혀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음을 실감케 했다. 터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와 고려대 사범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동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한국 유네스코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바씨는 '이슬람 건축문화를 통해서 본 역사와 전통'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슬람사원의 건축양식을 설명하며 이슬람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전했다. 하바씨는 이슬람사원에 깔려 있는 카펫은 1명이 1칸에 앉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며, 그렇게 앉을 경우 사람들의 어깨가 닿게 된다며, "이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이슬람교의 교리와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남성 신도들과 여성 신도들이 따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장소가 구획된 것은 "예배 중 마음이 분산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슬람교는 평화를 사랑하고 타 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종교"라고 강조했다. '한 손에는 꾸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말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들었다"며 "칼로 사람의 마음에 들어갈 수 없지 않냐"고 했다. "이슬람도 예수를 믿는다", "'하나님을 뜻하는 단어가 나라마다 다 다르듯이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도 사실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동일한 신", "교회로 사용되었다가 무슬림 사원으로 사용되었던 '성소피아 성당'에 아직도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그림이 남아 있는 것은 무슬림이 타종교를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앙심이 깊은 학생들이라면 이슬람과 기독교를 비교하는 하바씨의 말에 다소 편향적이라고 느낄 법도 한 강의였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괜찮았다', '신앙에도움이 됐다'는 반응이었다.
최준연 학생(신학과 2년)은 "종교간 대화 채플 1회 때만 해도 신앙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었지만 지금은 이런 채플이 신앙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타 종교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잘알아야 우리 기독교인들도 더 지혜롭게 선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영광 학생(신학과 3년)은 "타종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부터 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러한 채플이 신앙을 성숙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