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많은 민족 중에 심판하시며 먼 곳 강한 이방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 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미가 4:3)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대표단이 방북 보고를 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WCRC 퍼거슨 총무는 한반도의 평화의 봄을 실감하는 듯 기대와 설레임으로 미가서 본문 중 일부를 읊었다. 퍼거슨 총무는 수년 전 방북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북한 사회를 보고 돌아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8일 오전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총무는 "2년 전에도 평양을 방문했었지만 그 때는 혹시 있을지 모를 미국의 공격에 공포감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미국의 공격과 그에 따른 확전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퍼거슨 총무는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 사회는 일심 단결해서 판문점 선언문을 지지했으며 희망과 소망이 가득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방북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 일부도 공개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방북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한반도에서만 비핵화가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나 전세계의 비핵화도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고 했으며 이들 대표단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WCC 등 대표단은 상당한 기간 동안 전세계적인 핵폐기를 주장하며 활동해온 교회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서명 운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핵확산 금지 뿐 아니라 만들어 놓은 핵의 폐기를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NCCK 이홍정 총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밭을 가는 시기다. 남한 사회, 특별히 남한의 교회들이 마음의 밭을 갈아야 한다"며 "냉전과 분단의 긴 세월을 살면서 우리 안에 깊이 내재된 분단과 냉전 의식을 평화의 의식으로 바꿔야 한다. 분단 속에서 소극적으로 유지해 온 평화를 이제 적극적인 평화의 문화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한 사회 갈등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남남교회 갈등의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 등 정치 이념 등에 대해 분단 세대가 아닌 평화 세대의 관점으로 비판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이날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내용이 담겼다: "오늘 우리가 KCF 그리고 NCCK와 함께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정치적 약속을 기리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판문점 선언에는 세계 에큐메니칼 단체의 숙원이자 열망이던 한반도의 평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공동노력, 남북한 교류 및 협력 증진, 1953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그리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엄숙한 선언 등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방북에는 WCC에서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를 비롯해 피터 프로브 국제문제 담당 디렉터 등이, WCRC에선 크리스토퍼 퍼거슨 총무와 필립 피콕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북측의 요청으로 한국과 미국 국적의 대표들은 제외됐다. 이들은 이날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신앙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