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의 신현원 감독 ⓒ이지수 기자 |
순수하게 국내 인력으로 제작된 기독교영화가 일반극장에서 상영되는 케이스가 드디어 나왔다. 바로 '소명'(감독 신현원)이다. 지난달 2일 중앙시네마에서 단관개봉된 소명은 관객을 끌어모으며 전국 20개관으로 상영관을 늘렸다. 한 해에도 수십 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사장되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기독교영화가 2달째 상영되는 것, 기적이었다.
72분 러닝타임의 이 영화를 찍기 위해 감독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을 붙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수십 킬로그램 짜리 방송장비를 들고 3일 동안 서울->상파울루->브라질리아->포르트벨류->아마존으로 이동했다. 영화에도 나오듯, 촬영기간 중에도 고생은 계속됐다. 모기 1천마리에 물린 것과 같은 가려움을 수반하는 벌레 물림,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비에 장비가 젖어 촬영을 접었을 뻔 했던 위기까지.
그러나 매일 아침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로움에 힘입어 강명관 선교사의 감동적인 삶을 영화화하는 데 성공했다. 100명도 채 안되는 소수민족 '바나와족'을 위해 성경을 만들고 있는 강명관 선교사의 삶은 한국인 선교사들은 물론, 일반성도들, 넌크리스천들에게까지 뼛 속 깊은 감동을 전했다.
26일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난 신현원 감독은 '소명'의 극장 개봉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지 않았더라면 일어날 수 없었던 기적"이라고 말했다. "짜릿하고 흥분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기독교 영상물 제작에 헌신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나의 본보기를 제공한 것 같아서 가장 기쁘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후배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죠.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어서 가장 기쁩니다."
신 감독은 기독교 영상인들, 나아가 기독교 문화인들의 고충을 한국 목회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정말 많은 교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성도들이 다함께 볼 수 있도록 교회에서 무료로 상영해 달라는 것이었죠." 신 감독은 다 거절했다.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교회에서 상영하면 극장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그럼 영화계에서는 '기독교영화는 역시 안 돼'라는 인식이 퍼지고, 결국 기독교영화가 다시 개봉하기는 힘들어지겠죠." 신 감독이 설명을 해도 '어떻게 크리스천끼리 그럴 수 있느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신 감독은 "기독교문화가 부흥되어야 한다고 모든 목회자들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독교문화가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 교회"라는 아이러니를 말하며 "기독교문화를 대하는 새로운 마인드를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현재 '소명2'를 기획 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김의 도를 다하는 크리스천을 조명할 것이라 한다. 극영화도 기획 중이다.
신 감독은 약속했다. "크리스천들이 넌크리스천 가족들, 친구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덧붙여 "교회들, 목회자님들도 수준 높은 문화에티켓으로 기독교문화를 소비해주셨으면 한다"고 '약속'을 바랐다.
신현원 감독
신현원프로덕션 대표. 영화 <소명> 제작,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동물농장> 등 다수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