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바보를 사랑했다
똥 싼 놈은
먼 산 바라보며 흠흠 딴 짓 하는데
옆에 있다 구린내에 놀라
방귀 뀌어서 미안하다고
머릴 긁적이지 않나,
그냥 그런 척,
하는 척만 하면 될 것을
고지식하게 그대로 하려 들어
남 피곤하고
진저리나게 하질 않나,
남 앞에서는 대 놓고
“야, 신난다 ”거나
“앞 단추 열렸다”고
말하는 법이 아니라고 신신당부했건만
눈치도 없이
주둥이 놀려 사람 놀라게 하질 않나,
비싼 옷 입혀주면
거추장스럽다며 벗어서
떨거지들하고 깔고 앉아 놀고
철딱서니 없는 것들 하고는
놀지 말라고 했는데
어린애처럼 굴면서
어른 체신 구기게 하질 않나,
바보 주제에
아이들이랑 소꼽놀이 하다가
“이번에는 니가 대통령해라”니까
세상에,
진짜 대통령이 되어 버리지 않나
제 깐엔 잘 하다가 힘들면
“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오기 부리질 않나,
돈푼이라도 받아먹은 놈은
다 죽어야 된다는 소리에
진짜 죽어야 되는 줄로 알고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어버린 바보,
처음엔 바보가 한심했다 . . . . .
나중에는 바보가 불쌍해 졌다 . . . . .
그 바보가 죽고 나서는 왠지 그리워진다 . . . . .
이제 내가 대신 바보가 되고 싶다 . . . . .
사람들이 저마다 바보가 되려 한다.
서 덕석 목사(시인,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