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신약성서 로마서 13장 1절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권면이다. 이 구절은 한국 개신교 교회에서 즐겨 인용된다. 특히 목회자나 정치권력에게 순종의 미덕을 설파할 때 자주 '소환' 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의교회에서 이 같은 성경적(?) 가르침을 거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랑의교회 측은 지난 1일 "교회의 총회와 노회,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정이 무시되고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및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하는 판단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교회 측이 문제 삼는 건 지난 4월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헌법 제15장 1조에서 정한 목사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단이다.
비단 교회만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다. 오 목사가 속한 교단인 예장합동 교단 역시 대법원 판결 직후 전계헌 총회장 명의로 낸 목회서신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위임목사의 지위에 변동을 구하려면 당사자를 고시하고 인허하고 위임을 결정한 총회와 노회에 청구해 판단을 받을 사안이지 국가 법원이 개입할 사안은 아닌 것"이라며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인 오정현 목사로서는 난감할 수밖엔 없겠다. 그러나 교회와 교단이 나서서 대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어딘가 모르게 괴리감이 든다.
사실 사회 법정이 성직자 지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게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개신교를 포함해 모든 종단이 저마다의 교리와 양성과정을 두고 소정의 과정을 마친 이들에게 성직자 지위를 주고 있다. 그런데 성직자의 지위를 법으로 정하면 정치권력이 종단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고, 경우에 따라선 정치권력이 종단 길들이기에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사랑의교회나 예장합동 교단이 정교 분리 운운하며 대법원 판단에 흠집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이라 분쟁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교회 역시 법이 있고, 교회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교회 내부 갈등을 사회 법정이 판단하는 건, 교회 법정이 부실해서다. 지금 공방이 일고 있는 오 목사의 담임목사 지위는 물론,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병욱씨의 성추행 유죄판단은 사회 법정에서 내려졌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교단 법정이 문제를 일으킨 쪽(주로 목사)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비단 오-전 목사 뿐만 아니다.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교회 분쟁이 불거지면 교단 법정은 목사 편을 들기 일쑤다. 편파 판정을 일삼아 놓고 이제와서 교회와 교단이 법원이 교회에 개입한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 사납다.
이런 현실에 더해 분명 성서는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회에서 불의한 권력에 반발하는 국민들의 외침이 들끓어도 교회는 로마서 13장 1절의 말씀을 근거로 성도들의 동요를 잠재웠다.
<로마서>의 저자 사도 바울은 첫 머리에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권면을 이어나갔다.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대법원이 사실을 오인했을 수도, 법리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3장 1절의 가르침대로라면, 그리고 그간 이 나라 개신교 교회가 설파해온 대로라면 대법원 역시 하나님이 정하신 권세다. 따라서 여기에 따르는 게 교회와 목회자된 도리다. 이렇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성도들을 서명운동에 동원하면서 반발하는 건 13장 1절의 가르침을 위배하는 행위다.
그러니 사랑의교회는 '위의 권세에 순종해' 이 모든 법정 공방을 멈추고,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기를 당부한다. 예장합동 교단에게도 같이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