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논문소개] 교회 건물은 성전이 아니다

현요한 교수의 "교회는 성전인가"(1)

<논문소개> 본 코너에서는 교회 및 여러 모양의 사역 현장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담론을 제시한 논문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johnhyun
(Photo : ⓒ베리타스 DB)
▲장신대 현요한 교수

교회 교인들이 모이는 공간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예배당, 성전, 교육관 등이다. 현요한 교수는 「교회는 성전인가」 논문에서 예배 장소를 성전이라 부르는 것은 "비성서적이고 비복음적"이라고 지적하며, 이 호칭 이면에는 잘못된 의식구조와 왜곡된 신앙생활이 있을 뿐 아니라 복음의 성격을 훼손하고 있기까지 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구약시대와 신약시대 그 어느 곳에서도 공간 그 자체가 거룩했던 적은 없다. 아브라함 시대에도 성전은 없었고, 출애굽 시대에 와서야 이동식 성소가 생겼으며, 가나안 정착 후에야 고정된 건물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것도 솔로몬 시대에 가서야 세워졌는데, 그러나 솔로몬도 '하나님이 참으로 땅에 거하시리이까'라며 지상의 공간에 하나님의 현존을 가둘 수 없음을 인지하였음을 성서는 기록한다.

신약시대에 가서 성전은 더 이상 건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 않았다. 예수께서 자신의 몸에 성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고(요2:21) 바울사도도 여러 서신에서 신자들의 몸이 성전인 것을 강조하였다. 신약성서의 마지막 책 요한계시록은 새 예루살렘 성에는 성전이 없다고 기록하였다(계21:22). 현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 이후 성전은 더 이상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그리스도 자신이나 살아있는 그의 백성들을 가리킨다"며 "이제 하나님의 임재는 살아있는 사람들 안에, 마음에, 인격에, 몸에, 일상 생활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예배당은 여전히 거룩하다. 현 교수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여러번 서술한다. 다만 예배당이 거룩한 이유는 그 장소와 건물이 거룩해서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거기만 계시기 때문도 아니고, 다만 "그 공간이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거룩한 일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자체에 거룩헝을 부여하여 공간을 나누는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막히실 때에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는 휘장이 찢어진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현 교수는 "그것은 대단히 비성경적이고 비복음적"이라고 비판한다.

일상의 교회 생활에서 우리가 아이들이 강대상에서 장난하도록 방치하지 않는 까닭은, 그곳이 지성소이기 때문이 아니다. 혹은 장난치는 자가 아이이거나 여자라서도 아니다. 그곳은 '예배'를 위해 잘 보존되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예배당 건물 없이도 200-300년간 부흥하였다. 현 교수는 "교회가 활동하기 위한 건물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단지 한국교회가 건물 자체를 신성시하고 필요 이상으로 치장하면서 진정한 성전을 세우는 일 즉 사람을 살리는 일에 등한시하지 않아야 함을 경계하였다.

* 이 기사에서 다룬 논문은 『교회와 신학』 30호(1997) 44-54쪽에 게재되었고, 저자는 현요한 교수(장신대, 조직신학)입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