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소개> 본 코너에서는 교회 및 여러 모양의 사역 현장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담론을 제시한 논문들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신자들은 종종 교회에서 예배당을 성전으로 비유하고 목사를 제사장으로 비유하는 말을 듣는다. 교회의 목사는 제사장인가?
현요한 교수에 따르면 목사는 "결코 배타적 의미에서 제사장이 아니"고, 교회 공동체 내에서 설교와 성례전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사역자이다. 현 교수는 목사의 직위를 은사에 따른 '직무'가 아닌 '계급'으로 인식되는 것을 비판하면서 이 인식의 시발점을 추적하였다.
논문은 평신도와 성직자의 원어를 살핀다. 평신도를 의미하는 영어 laity는 헬라어 laicos(λαϊκός)에서 왔는데, 이는 성경에서 'laos(라오스;λαός, 일반백성/하나님의 백성)에게 속하였다'는 것을 의미할 때 쓰던 말이다. 현 교수는 이에 대해 "하나님의 모든 백성이 라이코스이며 신약에서는 온 교회의 모든 신자가 라이코스"라고 해설하면서, 여기에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본질적 계급 구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성직자를 의미하는 영여 clergy는 kleros라는 단어에서 왔는데, kleros는 고대 유럽국가 체제에서 권력자로서의 장관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이 체제 안에서 laos는 (성경에서와는 다르게) 권력자에 대비되는 일반 시민으로서 쓰였다. 국가체제에서 상하 관계로 쓰이던 이 두 단어의 계급적 관계가 어떻게 교회 안에 그대로 들어와 정착하게 되었는가? 현 교수에 따르면 "교회가 고대 희랍-로마의 국가 체제 안에서 정착되어 가면서 신자들 사이에 계급 구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베드로전서가 '왕 같은 제사장'이라 했을 때 이는 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었고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의 대제사장은 오직 그리스도이시라고 하였는데, 초대교회 이후 국가 체제 안에 안착한 교회에서 신자들은 어떻게 하여 제사장을 계급적 구조에 적용하여 목사의 직위를 상층 계급 구조처럼 여기게 되었는가? 현 교수는 "후대 교회 특히 로마교회에서 철저히 제도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도교가 제도권 안에서 종교화 되면서 벌어진 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 교수는 "모든 신자들은 하나님의 제사장 백성으로서 각자 자신의 삶 터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곳이 예배당이든, 골목의 상점이든, 기업의 사무실이든, 병원의 진료실 혹은 수술실이든, 거리의 공사장이든, 가르치는 교단이든 배우는 교실에서든, 논밭 위이든 바다 위이든, 법을 집행하는 곳이든, 무대 위이든 그 아래이든,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이다.
* 이 기사에서 다룬 논문은 『교회와 신학』(장로회신학대학교) 제30호(1997) 44-54쪽에 게재되었고, 저자는 현요한 교수(장신대, 조직신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