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을 위해서죠."
지난 15일 <미션 임파서블6 - 폴 아웃> 홍보차 방한한 톰 크루즈가 기자회견 중 "왜 위험한 액션 연기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다.
톰 크루즈는 16일 오후 서울 잠실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배우 사이먼 페그, 헨리 카빌도 함께 참석했다.
톰 크루즈는 이번 방한까지 총 9번 한국을 찾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경우 2011년 4편 '고스트 프로토콜' 발표 이후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국에 왔다. 톰 크루즈가 출연 중인 또 다른 프랜차이즈 '잭 리처' 시리즈도 신작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한국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올 때마다 '역대급' 팬서비스를 보이며 '친절한 톰 아저씨'란 별명을 얻었다. 또 최근 자주 한국을 찾는다는 이유로 '프로내한러'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었다.
그는 1987년 작 <탑건>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액션,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9년작 <7월 4일생>에선 베트남전 참전 용사 론 코빅 역을 소화해 내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르네 젤위거와 함께 출연한 <제리 맥과이어>에서는 '썸타는' 연기도 나무랄 데 없이 해냈다.
이뿐만 아니다. 롭 라이너 감독의 1992년 작 <어 퓨 굿맨>에서는 군 법무관 스탠리 캐피 중위로 분해 대배우 잭 니콜슨과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최고의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등의 작품을 찍었다.
그는 이전의 출연작에서 선하고 정의로운 액션 히어로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마이클 만 감독의 2004년작 <콜래트럴>에서는 잔혹한 킬러 빈센트로 분해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내던진다. 또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영역을 넓혀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톰 크루즈는 액션연기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본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는 몸을 던지는 액션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톰 크루즈는 이 시리즈 모두에 제작자로 참여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각각 브라이언 드 팔마와 오우삼 감독과 함께한 '미션 임파서블' 1, 2편은 비교적 '얌전' 했다. 그러다 2006년 J.J. 에이브럼스가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3>부터 그의 액션은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미션 임파서블3> 마지막 장면에서 악덕 무기상 오웬 데비언과 벌이는 격투 장면은 이국적인 배경(중국 시탕)과 어우러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의 모래폭풍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신(4편 '고스트 프로토콜'), 비행기 날개에 매달려 간신히 기내에 진입하는 오프닝(5편 '로그 네이션')까지 그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액션연기에 올인한다. 그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잭 리처'에서도 살짝 결은 다르지만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하는 액션연기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액션연기 하는 이유....'여러분을 위해'
신작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에서도 그의 연기는 거침없다. 촬영 도중 골절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번 신작엔 헬기 액션장면이 추가 됐는데, 그의 연기는 숨 막힐 정도다. 톰 크루즈는 헬기 신에 대해 아래와 같은 심경을 전했다.
"항공 액션을 해보고 싶어서 헬리콥터 신을 했습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단계별로 세밀하게 액션신을 설계했지요."
그런데 톰 크루즈는 위험부담을 무릅쓴 연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액션연기를 하는 이유를 아주 간결하게 '여러분들을 위해서'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저는 현실감 있는 액션을 추구하고 싶어요. 실제 리얼한 액션이 가장 감동이 크다고 생각하고, 관객도 그 경험에 몰입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작업한 영화는 거의 다 그런 식으로 접근했어요."
그의 액션연기는 동료 배우까지 감탄하게 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새로 합류한 헨리 카빌은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본 액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그가 살아있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6'의 DNA는 아마도 놀라운 걸 이뤄내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지난 2016년 11월 <잭 리처 - 네버 고백> 홍보차 톰 크루즈와 함께 내한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농담 섞인 어조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직업은 톰 크루즈의 대역"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을 보면서 즈윅 감독의 말이 단순한 농담만은 아님을 실감한다.
영화 팬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톰 크루즈, 이제 청춘스타로서의 이미지는 옅어졌지만 액션연기자로서의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90살에도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서 액션을 할 것 같다"며 톰 크루즈를 한껏 추켜세웠다. 맥쿼리 감독의 말 역시 단순히 농담에 그치지는 않아 보인다.
농담 한 마디 더 하자면, 톰 크루즈는 아흔 살에도 한국을 찾을 것 같다. 한국을 찾을 때 마다 늘 새롭다. 그런 그가 참 고맙다.
* 덧붙이는 글 : 스포트라이트가 톰 크루즈에게 집중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번에 처음 내한한 헨리 카빌에게도 주목했으면 좋겠다. 헨리 카빌은 DC 코믹스의 <맨 오브 스틸>, <저스티스 리그>, <배트맨과 수퍼맨> 등에 출연하며 한껏 주가를 올리는 배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헨리 카빌은 지난 2015년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함께 첩보액션 <맨 프롬 엉클>에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