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3일 삭개오 작은교회에서 열린 갈릴리복음 성서학당 2학기 종강강의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DB |
노아홍수설화는 역사적 사실 아닌 집단무의식의 설화화
김 교수는 먼저, 노아홍수설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당시 사람들의 집단무의식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홍수경험’을 설화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신학자들이 흔히 이해하듯 지구 전체가 홍수로 뒤덮인 사건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의 홍수경험을 쓴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노아홍수설화를 문자 그대로 믿을 경우 많은 문제가 있게 된다. 동화적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는 동화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문제 안 되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믿는다면 우스꽝스러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욱이 진화론을 믿지 않으면서 홍수설화의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는 신학자들은, 그 논리적 비약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노아홍수설화를 통해 기자가 말하려고 했던 ‘하나님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홍수설화의 참 의도
김 교수에 의하면 노아홍수설화의 참 의도는 ‘심판’이 아니라 ‘축복’이다. “노아홍수설화는 원역사의 처음에 ‘창조’로 시작한 축복이 인간의 죄의 관영함으로 말미암아 ‘심판’으로 끝나는 한 이야기의 종장을 이루고 있다”며 “그러나 이 설화의 진정한 의도는 심판을 넘어서, 노아와 그 가족을 남기시고 새로운 ‘무지개 계약’을 맺으시는 은혜와 긍휼의 하나님 신앙을 고백, 증언하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노아홍수설화에서 발견하는 역사의 희망
김 교수는 노아의 방주가 뒷날 교회론의 원형이 된다며, 이는 “교회가 영적으로 방주”라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끄집어낼 수 있는 메시지는 2가지가 있는데 첫째, 교회와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하며 세상은 멸망 받을 대상, 교회는 의인들만을 구원하는 구원의 기지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교회의 구원 사명을 강조하고 죄의 악랄함을 지적한다는 데 있어서 일면 긍정적이기도 하나, ‘교회는 구원, 세상은 멸망’이라는 지나친 종파의식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구 자체를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우리는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와 세상을 지나치게 이원화하지 말고, 온 세상을 구원하실 그리스도, 온 세상 속에 이루어나갈 하나님 나라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노아홍수설화가 죄의 주체자를 ‘인간’으로 서술하는 데 주목했다. 시대가 시련을 겪는 원인은 자연만물이나 초자연적인 어떤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게 있다는 스토리는, 인간에게 회개와 반성할 여지를 남김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한다. 김 교수는 “어떤 종교는 역사순환적숙명론을 주장한다. 우주자연의 주기율이 우주의 운세를 나쁘게 만들어 시련이 왔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영적 세계의 사탄들의 싸움이 인간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며, 그러나 노아홍수설화에서도 보듯 역사의 비극과 시련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간이 그 의지를 남용, 오용함으로 인간을 비롯한 자연만물이 고통 받고 있다. 노아홍수설화는 인간의 잔인함, 강퍅함, 끝없는 폭력성이 으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인간세계를 고발한다”고 말했다.
노아홍수설화에서 또 하나 찾아볼 수 있는 메시지는 ‘창조적 소수’에 관한 것이다. 김 교수는 “위대한 역사철학자 토인비는 자연환경과 역사의 도전에 굴복하지 않고 응전하는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가 역사를 바꾸고, 문명을 이뤄낸다고 말했다. 노아는 모든 창조적 소수의 근간을 이루는 최초의 창조적 소수로서 이해될 수 있다”며,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도 ‘창조적 소수’로서 자신을 자각하며 구원역사에 일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