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왜, 우리 세습이야. 뭐 어쩌라고"
세습 논란이 일고 있는 명성교회 강단에서 울려퍼진 메시지다. 지난 29일 명성교회 1부예배를 집례한 고세진 목사는 '선과 악을 섞지 마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했다.
명성교회는 지난 해 10월 이 교회가 속한 동남노회가 김삼환 원로목사의 친아들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위임청빙안을 통과시키면서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교회 안팎에서는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위임이 세습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측은 올해 1월 <한국기독공보>에 사과문을 실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하나 목사의 거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편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회자들은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리고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에 결의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총회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 결의 무효 여부에 대해 판단을 미루는 중이다.
고 목사는 이 같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이 지구상 어디를 다녀봐도 명성교회 이상 좋은 교회는 없다"라면서 "어떻게든 악을 섞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일치단결해서 이 교회(명성교회 - 글쓴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목사의 설교는 거침이 없었다. 고 목사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까지 끌어 들여 세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고 목사의 말이다.
"내가 성경을 보니까 하나님하고 예수님하고 승계했더라고 그렇잖아요. 하나님이 하는 일을 예수님이 받아서 하시고 예수님이 과업을 다 이뤄서 둘이 동역하고 있어 만약 하나님하고 예수님과 관계가 끊어지면 어떻게 해요. 기독교가 꽝이 되는 거야. 기독교가 아무것도 아닌거에요. 왜 원로목사님하고 담임목사님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에요. 뭣 때문에."
고 목사는 또 김하나 목사를 향해선 "인물 좋다", "영어를 본토인과 똑같이 한다"는 식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김삼환 원로목사에 대해서도 "목회만 잘 한게 아니라 자녀들도 잘 길렀다"며 찬양했다.
고 목사는 설교 말미에 성도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 교회는 아름다운 교회다. 우리 자손 대대로 이어질 교회다. 우리에게 잔소리하지 마라. 우리는 알아서 한다."
일부 성도들은 고 목사의 설교에 '아멘'으로 화답했다.(참고로 많은 교회에서 성도들이 목회자의 설교에 공감했을 경우 '아멘'으로 공감의 뜻을 드러낸다. 목회자들이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아멘하라고 다그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 결의 무효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7일 총회재판국 심리가 열리는데, 여기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해 볼 때, 고 목사의 설교는 결국 어떤 판단이 내려져도 명성교회는 '마이웨이'를 고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고 목사와 명성교회와의 관계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지난 2005년 12월 김삼환 목사는 이 학교 이사장에 올랐다. 이어 고 목사는 지난 2006년 3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 7대 총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7개월 뒤인 2006년 10월 ACTS는 보직교수 임용과 관련해 내홍을 겪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고 목사가 명성교회와 관련된 인사들을 보직교수에 임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고 목사는 '학교는 명성교회 부속기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고 목사는 또 2002년 9월 명성교회 협동목사로 부임한 전력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고 목사의 세습 옹호 설교는 내용은 물론 설교자의 자질 모두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