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다석의 ‘한글서 하늘의 계시 발견’한 언어관 조명

유영모 선생 사상강좌, 씨알재단 개최

유·불·선 그리고 기독교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상을 모색했던 다석 유영모(多夕 柳永摸) 선생. 그의 언어관에 담긴 영성을 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씨알재단 주최로 이기상 교수(외국어대 철학과)의  ‘유영모의 사상과 영성’ 마지막 강좌 ‘다석의 언어관’에 대한 강의가 7일 열린 것. 발제자로 나선 이기상 교수는 “(다석 유영모 선생은)무엇보다도 독특한 언어관을 전개했으며 그 언어관에 충실하게 사유하였다”며 “그에 의하면, 언어[말]는 하느님의 마루[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다석은 우리말에 담긴 존재의 소리 또는 하나님의 뜻을 읽어내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고유한 인간관, 생명관, 신관, 가치관을 전개했다. 즉 류영모는 우리말로 철학을 시도한 최초의 한국 사상가였던 셈이다.

다석은 특히 우리말에 <알>과 <얼>을 즐겨 쓰기로 유명했다. 다석에 의하면 <알>은 모든 변화를 품고 이제 그 변화를 자신 안에서부터 풀어나가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다석은 그의 강의 중에 <씨알>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고, 이는 자신의 제자 신천옹 함석헌이 동서문명을 넘어 ‘씨알사상’이란 독창적 사상을 개발해 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다석이 말하는 <씨알>에 대해 “모든 변화의 가능성을, 온갖 가능성의 씨를, 모든 변형의 속알을 자신 안에 품고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점하나 차이인 <얼>에 대한 유영모 선생의 이해는 또 색달랐다. 다석에 따르면 <얼>은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는, 생겨나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그런 어떤 것이며,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형상을 갖추지 않고 있는, 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또 다석은 보이지 않으며 볼 수 없는 <얼>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얼굴>이라고 표현했으며 한 걸음 더 멀리 나가 우리글은 하나님을 그리워하며 읊는 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밖에 유영모 선생은 우리말에 하늘의 계시가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언어에 영성을 담은 철학을 전개해 후학들에게 꾸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음은 다석의 강의 내용 중 우리말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나타낸 글.

“우리 한글은 참 이상합니다. 우리말에는 하늘의 계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으[ㅡ]’로 세상을 표시하고 하늘 점[·]을 찍고[ㅜ] 신발 짝[ㄴ]을 올려놓으면 ‘누’가 되고 , 사람[ㅅ]을 올려놓으면 ‘수’가 되며, 원[ㅇ]이나 무한을 올려놓으면 ‘우’가 됩니다. 곧 ‘누수우’가 됩니다. ...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이것을 생각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몰라도, 우리 글에는 무슨 하늘의 계시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다석 유영모 선생은 우리말에 영성을 담아 한글 속에 내재한 하나님의 계시를 발견, 언어철학·언어신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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