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생의철학(Lebensphilosophie)’으로서 21세기 생태위기적 문명 전환기에 갖는 의미를 반추해 이목을 끌고 있다. <기독교사상> 6월호에서 ‘생명철학으로서 함석헌의 씨알사상’이란 주제로 논문을 게재한 김 교수는 21세기 지구생태계 위기 앞에서 새로운 미래지향적 씨알사상을 조명했다.
이 글에서 그는 일차적으로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왜 ‘생명사상’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한국적 ‘생의철학’(Lebensphilosopie)으로서 볼 수 있는가를 규명했다.
김 교수는 “그(함석헌)의 주저중의 대표적 작품인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뜻으로 본 세계역사』를 읽어볼 때, 그의 사관(史觀)을 형성되는 탯집으로서 ‘생명의 철학’(philosophy of life) 혹은 ‘생의 철학’(Lebensphilosophie)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충분하게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철학의 뼈대는 웰스, 베르그송, 그리고 좀더 훗날 만나게 된 예수회 신부 떼이야르 샤르뎅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했다. 함석헌의 사상은 생명철학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었다.
‘생의철학’은 서구 사상사에서 관념론과 기계론의 대립적 경향성을 동시에 비핀하고, 극복하려는 지향성을 처음부터 가지고 출발했다. 실재와 전체현실을 ‘생명’ 혹은 ‘삶 자체’로서 파악하려 했던 것. 김 교수는 ‘생의 철학 사조’의 공통적 특징을 철학자 보헨스키의 말을 인용해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i) 생의 철학자들은 운동, 생성, 생명등을 강조하는 절대적인 현실주의자이다. 관념적 존재나 감각적 물질등이 설령 있다 하더리도 다만 운동의 찌거기일 뿐이다.
(ii) 생의 철학자들은 세계현실을 유기적인 현실로서 파악하며, 그들에게 생물학은 생의 철학 형성에 있어서 기초와 표준이 된다.
(iii) 생의 철학자들은 체험을 강조하며, 본질적으로 비합리주의자들이다. 직관?의지?참여적 실천 ?살아있는 역사적 삶을 강조한다. 삶이란 예기치 못하는 새로운 것의 창발적 과정이지, 인과율적으로 결정된 정합적 법칙세계가 아니다.
(iv) 생의 철학자들은 주관주의자들이 아니라, 주관을 초월하는 ‘객관적 실재’의 존재를 시인한다.
(v) 생의 철학자들은 인격주의에 대한 뚜렷한 편향을 가지며, 유물론적 일원론이나 관념론적 일원론을 거부한다.
김 교수는 이런 ‘생의 철학 사조’가 함석헌의 씨알사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며 △ 씨알사상의 생성론적 실재관 △ 함석헌 씨알사상에서 생물학적 유기체 실재관 △ 함석헌 씨알사상에서 비합리적 주의주의(主意主義) △ 생의 철학자 특징으로서 자기초월적 주체(superject-subject)의 객관적 실재론 △ 생의철학 특징으로서 인격주의 가치관 등 다섯가지 특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서구 ‘생의철학’과는 다른 함석헌의 씨알사상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점을 “양자를 아우르고 통전하는 생명철학으로서 씨알사상”이라고 했다. 함석헌의 씨알사상은 서구 ‘생의철학’일반이 강조하는 자연과 대립되는 역사, 물질과 대립되는 정신, 비생명적 우주자연과 대립되는 생명적 우주역사와는 달리 통전적 우주관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함석헌의 생명철학으로서의 씨알사상이 갖는 두가자 생명의 기본원리를 강조했다. 그 하나는 ‘생명은 스스로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고난은 생명의 또 하나의 원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독교 신학적으로 말하다면 성서의 두 전통은 ‘성례전적 전통’과 ‘계약전통’인데, 전자는 우주자연의 창조적 과정을 창조주의 내재적 성육화 과정으로 파악하는 생명 긍정의 세계관이고, 다른 하나는 평등과 자유와 평화로운 삶에서 소외된자 없도록 하는 예언자전통의 열정 곧 정의에 입각한 생명의 사회적 연대성책임에 대한 각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끝으로 이 성서적 두 전통이 동아시아적 생명철학 사상으로서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특징 지어 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