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정의, 평화를 외치면서 안에서 곪을 대로 곪은 교단의 행태에 침을 뱉고 싶어 할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동노회(노회장 윤찬우 목사) 소속 박아무개 목사가 강간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자 기장 소속 여성 목회자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양성평등위원회,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교역자 모임, 전국여장로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학생회,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27일 오후 기장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교회내 성폭력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장 여교역자들은 기장 교단에서 목회자 성범죄가 일어난 사실에 대해 개탄했다. 특히 이문숙 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이문숙 목사는 기장 교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교회 내에서 성범죄가 불거지면 피해자에게 죄를 묻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첫 발언에 나선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회장 김성희 목사는 가해자인 박 목사가 2차 가해를 가했고, 노회도 이를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기장 교단이 상대적으로 정의롭고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교단도 공의의 둑이 무너려 내리는 것 같아 보인다. 담임목사이자 삼촌에게 강간 위기에 처했던 한 교인이 처절하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해자는 용서와 사과하기 보다 무고죄로 역고소를 했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를 받으며 가정불화와 제2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심 판결까지 1년 4개월 동안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됐다. 그럼에도 해당 교회와 당회는 은폐하기 급급했다. 노회는 가해자 편의 유언비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기장 여교역자들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또 한 번 노회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비판했다. 성명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가해자는 선고를 받는 순간까지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커녕 범죄행위를 부인했으며, 피해자에게 무고 혐의를 씌워 맞고소한 바 있다. (중략) 또한 선고재판 이전에 서울동노회 목사와 장로가 가해자 관련 탄원서 서명 요청에 응했다는 사실은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앞으로 노회 재판국을 형성해 박 목사를 치리해 갈 서울동노회의 노회원들이 성폭력을 저지른 박 목사의 선처를 원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가? 그리스도의 양떼를 보살피고 교회에서 그리스도를 섬겨 양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목사가 성폭력을 저질렀음에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보라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양성평등위원회 최소영 목사가 연대의 의미로 참여했다. 최 목사는 연대발언을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해 목회자에게 너무나 큰 권위를 부여하는 현 분위기와 잘못된 성인식을 되짚어 보고, 함께 연대해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기장 양성평등위원회 이혜진 목사는 "제103회 총회에 성폭력 대처 방안을 담은 성윤리 강령과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을 명시한 헌의안을 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어 "예장통합 교단처럼 헌법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규정과 대응방안을 담을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회가 박 목사의 성범죄를 은폐 방조했다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듣고자 서울동노회 노회장인 윤찬우 목사에게 수차례 전화연락을 취했으나 윤 목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