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시절인 1970-80년대 부랑자, 노약자 등을 불법 감금한 뒤 노역을 강제했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비상상고 논의 등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부산 ㅅ교회 장로 박인근씨가 원장으로 있던 형제복지원에서 무고한 강제 노역 끝에 무고한 시민 551명이 사망했다. 참혹한 인권 유린이 자행된 현장이었지만 1987년 재판에 넘겨진 박인근 원장 아들 등은 고작 횡령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 받았고 불법 감금 등의 혐의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6일 기독교방송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 한종선씨가 출연해 형제복지원의 참혹했던 인권 유린 상황을 증언했다.
한씨는 "저희 자료에는 부모 없이 누나랑 저만 며칠 동안 울고 있어 주민이 신고한 것으로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우는 소리가 씨그럽다는 이유로 형제복지원에서 시작된 구타는 멈출 줄을 몰랐고 한씨는 제대로 씻을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씨는 또 음식도 형편없었다고 했다. 그는 "생선 찌꺼기로 만든 젓갈이 있었는데 그 위에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며 "그러면 그것만 싹 걷어내서 버리고 다시 퍼서 먹이고 그랬다"고 전했다.
한씨는 그러면서 "형제복지원에 있을 때 가장 무서워했던 말이 '반만 죽여줄게'였다. 이건 죽지도 못하는 거지 않느냐"며 "맞아서 장애가 생기거나 죽어 나가는 경우를 두세번은 봤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찬송가 기도문 강제 외우기도
한편 한종선 씨는 박 원장이 원생들에게 찬송가, 기도문을 강제로 외우게 했다고 증언했다. 한 씨는 지난 2016년 5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이 같이 털어 놓았다.
"120명의 소대원들은 새벽 4시에 기상해서 30분 동안 세면한 뒤 5시에 일조 점호를 받아야 했다. 그동안에 복지원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찬송가가 흘러 나왔다. 박인근 원장은 일조 점호 때 성경에 있는 내용을 물어봤는데 원장은 원생이 제대로 답을 못하면 두들겨 팼다. 소대원들도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그래서 찬송가와 기도문, 성경 본문을 외워야 했다. 난 성경에 기록된 노아 가족의 족보도 기억한다. 박 원장이 이 내용을 묻기도 해서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기독교계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 씨는 특히 형제복지원을 나와서도 기독교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당시 본지 기자에게 전한 한 씨의 말이다.
"그동안 만난 기독교인들은 형제복지원 이야기를 꺼내면 '하나님께서 너에게 시련을 주신거다', '하나님께서 보살펴 죽지않게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형제복지원 사망자는 확인된 수자만 551명이다. 살아 남았어도 불구나 정신이상이 된 피해자들도 많다. 이분들도 하나님께서 보살펴 주셨단 말이냐?"
일부 기독교인들이 피해자의 고통을 위로한답시고 건넨 말이 되려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킨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하나님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과 함께 우셨을 것이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로마서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