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와 '교회',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 둘은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가짜 뉴스'는 비단 우리나라 언론환경에만 나타나는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가짜 뉴스가 개신교 교회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맞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언론위, 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이야기마당 '가짜뉴스와 개신교'를 개최했다. '주목하는 시선' 두 번째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이야기마당에서는 개신교와 가짜뉴스 사이의 상관관계와 가짜뉴스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희송 청어람 ARMC 대표는 가짜뉴스 생산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양 대표는 특히 기독교 우파운동과의 연계 속에서 연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의 말이다.
"개신교권과 우파세력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는 다양하다. 2012년 대선 전에 당시 오륜교회 부목사 신분을 갖고 있던 윤정훈 목사가 소위 '십알단'을 운영하고 있었던 사례가 드러났고, 개신교권 내에 기도회나 집회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대표(전 조선일보 기자)가 국정원의 알파팀 일원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 여러 우파매체를 창간하고, 사이버 여론 조성을 위한 조직을 운영했음이 최근 공개됐다. 최근 가장 강력하게 개신교권 내의 우파운동세력을 자처하는 '트루스 포럼'은 동성애, 종북 이슈 등을 담아 강연과 동영상 채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 대표는 이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그룹들이 개신교계를 과잉 대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가짜뉴스가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결여한 여론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킴으로서 기독교권 대중들의 판단 능력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신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가짜뉴스' 보다 ‘허위정보'가 더 적절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한국의 환경에서는 먼저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란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원래 '가짜뉴스'(fake news)란 언론 보도 처럼 꾸며낸 것을 말하는데 한국의 경우엔 폐쇄형 소셜 미디어(카카오톡)를 통해 유통·확산되는,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분명한 허위사실이 많다는 게 금 기자의 지적이다. 금 기자는 그러면서 가짜뉴스의 범람 원인과 극복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가짜뉴스'가 힘을 얻는 데에는 언론의 영향력 약화와도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이전처럼 영행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신뢰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동조사 결과 지난 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5%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꼴찌였다. 그렇다면 언론은 무엇을 해야하나. 첫째,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중략) 둘째 언론사의 혁신이 필요하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고 팩트체커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정작 언론의 보도가 독자들에게 가 닿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무용지물이다. 이용자가 많은 소셜미디어 등에 적극적으로 뉴스를 유통하고 달라진 콘텐츠 문법과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어진 논찬에서는 한국교회를 향한 제안들이 나왔다. 먼저 심영섭 방송통신심의위원은 "목사들이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퍼뜨린다"라면서 "자세하고 관찰하고, 비평적으로 읽고,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주현 언론위 위원(매원감리교회 담임목사)는 한국교회에 장·단기적인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위원은 "언론 수용자들이 단순히 수용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인미디어 역할까지 감당해내는 시대에 걸맞게, 그 기능과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