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연일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힙'했다. 다 세습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지난 달 열린 제103회 총회를 통해 세습 논란에 제동을 걸었다. 김 원로목사로서는 배알이 뒤틀릴만한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김 원로목사는 지난 달 13일 새벽예배 설교를 통해 놀라운 메시지를 선포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마귀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아들만 죽이느냐, 아니에요. 우리 식구 다 죽이고 장로님, 우리 교회 전체를 다 없애버리려고 하는 거에요."
"더 이상 맞을 수 없도록 맞은 거에요.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잊으면 안 돼요."
김 원로목사의 메시지를 듣고 보니 문득 그와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자는 김 원로목사와 딱 두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만남은 2014년 10월, 고 방지일 목사님 돌아가셨을 때 연대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에서 이뤄졌다. 두 번째 만남은 꼭 1년만인 2015년 10월, 온양에 있는 한 관광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와 만났던 시점엔 민감한 이슈가 얽혀 있었다. 2014년 10월 즈음 김 원로목사는 고 박아무개 장로의 죽음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다음 해인 2015년 10월엔 비자금 의혹으로 유재무 <예장뉴스> 편집인을 고소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었다. 마침 고소 사건에서는 명성교회가 '적립금'이 800억이 있다는 증언이 나온 터여서 재판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민감한 질문하자 곧장 줄행랑
대형교회 목사는 대통령만큼이나 만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를 만난자리에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고 박 장로의 죽음에 김 목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그리고 박 장로의 죽음과 관련은 없는지를 물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고소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인지, 그리고 교회에 비자금 800억이 있는 게 사실인지를 물었다.
두 번의 만남 모두 김 원로목사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에서는 동행했던 이들이 제지했고, 온양관광 호텔에서는 재빨리 화장실을 향해 줄행랑을 쳤다.
김 원로목사의 설교는 참 버라이어티(?)하다. 도입부엔 여느 설교와 마찬가지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다가도 중간에 찬송가도 한 번 불렀다가, 감정에 북받친 듯 알 수 없는 말로 중얼중얼 거리기도 하고. 얼핏 설교가 맞나 하는 의문이 일곤 하지만, 좋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꽤 많다. 호불호를 떠나 수 십만 성도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특유의 쇼맨십은 알아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줄행랑치는 모습은 사뭇 괴리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사람이 세습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이게 여의치 않으니까 신성한 강단에서 마귀 어쩌고 하며 독설에 가까운 망언을 쏟아 낸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다.
김 원로목사의 막가파식 행태는 MBC와의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기세다.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그동안 뒷말만 무성하던 김 원로목사의 800억 비자금을 정조준했다. ‘PD수첩'은 관련 내용을 오는 9일 방송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예고편에서 명성교회 측은 취재진을 거칠게 대했다. 취재를 맡은 서정문PD는 김 원로목사를 향해 "800억 비자금 어떻게 조성하게 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교회 관계자들은 서PD를 제지하고 영상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서PD는 교회측 관계자들이 취재진을 폭행하고 장비를 훼손했다고 알려왔다.
이뿐만 아니다. 명성교회 측은 PD수첩을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제기했다. 진행자인 한학수 책임 프로듀서(CP)는 이를 소셜 미디어에 알리면서 "<명성교회 800억원의 비밀>이 무사히 방송되기를 기원해 본다. 최선을 다해 방송금지가처분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D수첩' 측은 최종 결과가 방송 전날인 8일 오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마귀 운운하는 김 원로목사의 설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한 그의 설교를 뛰어넘는 역대급 망언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민감한 질문을 피하고, 취재진을 거칠게 대하는 모습은 김 원로목사와 명성교회의 민낯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망언을 자신이 능가한 김 원로목사는 분명 ‘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