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또 10년 가까이 논란이 일었던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심지어 법정 구속 상태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이렇게 진술했다.
"다스는 형님 이상은씨의 회사이다"
"30년간 (다스 관련)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정당한가 의문이 든다"
이 전 대통령의 무죄주장은 지난 9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전 대통령은 "형님과 처남이 33년 전 설립한 다스를 제 소유라 주장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만큼 전문 경영인으로서 인정받았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다.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건강 및 경호상 문제, 그리고 '국격'을 거론하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재판부 판결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 "오늘 바로 접견 신청을 해 상의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실형 소식에 여론은 한편으로는 반기면서도, 형량이 미약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의 형량에 대한 법리 논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일단 기자의 전문영역이 아닌데다, 복수의 일반 매체에서 상세히 분석하고 있어서다.
그보다, 이 전 대통령의 신앙관을 다시 들여다 보고 싶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음에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이 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구속을 즈음해서는 '기도'를 자주 입에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의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가?
지난 3월 구속됐을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는 심경을 적었다. 이어 9월 최후진술에서도 기도를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이다.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저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중략) 대한민국은 자유, 평화, 번영을 이루며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저는 기도를 계속할 것이다. 어디에 있든 깨어 있을 때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들으며 문득 이 같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이 전 대통령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일까?하는 의문 말이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기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검찰이든 이 전 대통령 쪽이든 항소할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이 있다. 기간이 얼마가 됐든, 그가 받을 형량은 이 나라와, 파헤쳐진 4대강과, 관리대상쯤으로 전락한 국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기엔 턱없이 미약한 형량이라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