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명박 전 정권 시절 공직윤리지원관실(아래 지원관실)이 자행한 불법 사찰 행위를 폭로했다.
이전에도 지원관실은 온갖 불법이 횡행한 곳으로 언론에 수차례 오르내렸다. 그런데 <스트레이트>가 폭로한 실태는 실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문재인 당시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사찰행위는 물론, MB 정권 실세들의 민원 해결 창구 노릇까지 했다. 가히 이명박 청와대 흥신소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비서관실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설립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취재진은 그와 접촉을 시도했다. 취재기자와 박 전 차관의 접촉이 이뤄진 장소는 놀랍게도 교회였다.
취재를 맡은 양윤경 기자는 박 전 차관을 향해 연신 지원관실의 비리행각에 어떤 입장인지,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차관은 "여기는 교회잖아요"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그리고 교회 관계자는 기자를 막아서곤 문을 걸어 잠갔다.
교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나님은 선한 이에게나 악한 자에게나 똑같이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공기, 맑은 물을 허락하신다. 그와 그의 아들 예수를 믿고 섬기는 이 땅의 교회는 하나님의 속성을 따라 그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박영준 전 차관이라고 해서 교회를 나가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이런 법이 있다면 그 법이 문제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만은 하나님을 향해야한다. 지원관실이 저지른 의혹은 가히 민주주의 파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행위였다. 이에 공영방송 취재기자는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을 찾아가 입장을 물었던 것이다.
적어도 하나님 앞에 서기 위해 예배당에 나왔다면 일말의 진실에 대해선 입을 열어야 하는 게 신앙인의 태도 아닐까?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박 전 차관의 죄책고백을 권유하고 회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 같은 바람을 비웃듯 박 전 차관은 여기는 교회라며 기자를 막아섰고 교회 관계자는 문을 걸어 잠갔다.
이 장면은 예기치 않게 한국 교회의 실상을 드러내고야 만다. 한국교회가 어떤 곳인가? 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장로나 집사 자리를 꿰차서 신분을 세탁하고, 진실을 촉구하는 외부의 시선엔 문을 걸어 잠그는 곳 아니던가?
비리 공직자, 하나님과 국민 앞에 죄책고백 해야
고위공직자들 중에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꽤 많다. 이명박 '장로' 대통령 집권 당시엔 아예 소망교회 인맥들이 정부요직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가운데 비리의혹을 받는 자들 역시 꽤 많다.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지금 감방 신세다. 지원관실의 배후로 지목된 박영준 전 차관도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살았었다. 그리고 사법농단 의혹으로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세월호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등은 검찰의 칼끝이 언제 자신들의 목을 겨눌지 모르는 처지다.
부디 이 분들께 바란다. 잘못을 저질렀고, 특히 위법사실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 성도와 국민 앞에, 그리고 역사 앞에 자신들의 죄과를 남김없이 고백하고 회개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실형을 살았다고 해서 그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다니는 교회 공동체도 그들이 제대로 회개할 수 있도록, 특히 목회자들이 제대로 인도해 줬으면 한다. 사실 이런 일은 가톨릭 사제들의 사목활동이나 목회자들의 목회활동 중 하나 아니던가?
비리 당사자들이 교회 운운하며 자리를 피하고 교회 관계자들이 기자의 옷자락을 잡아채고 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행위다.
교회가 바로서야 '크리스찬'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도 사라진다. 그러니 부디 교회가 제 구실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