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시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독교대학 한신대(총장 윤응진) 교수들 88명도 8일 시국선언문을 발표, 현 정권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한신대 교수들은 “1987년 6월 온 국민이 일으켜 세운 민주주의가 지금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 죽이는 세상’으로 온 국민을 몰고 가는 이 현실을 우리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진의가 현 정부의 집권 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고도 했다. 이들은 “그것은(노 전 대통령 추모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크게 후퇴하고 있는 인권 및 민주주의와 암울한 현실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심각한 우려와 분노의 표현이었다”며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반민주적 권력 행사에 대한 날선 항거였다”고 했다.
아울러 이병박 대통령이 작년 촛불 집회 때 두 차례나 약속한 ‘소통과 섬김’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교수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이 정부가 보여주는 난행(亂行)은 그 약속과 사과가 국민에 대한 기만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며 “소통의 광장을 폐쇄하고 언론인을 마구 잡아가며 노동자와 민중의 절규에 가혹한 국가폭력으로 답하는 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 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한신대 교수들은 “제반 반민주적 행태와 약육강식의 사회경제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폐기하라”며 “만일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민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이명박 정부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그 하나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할 것’이다”라고 했다.
김윤규 교수(한신대 대학원장) 외 87명의 교수들이 참여한 이 시국선언문은 8일자로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