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부터 불거진 명성교회 세습 논란으로 예장통합 안팎이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런데 이 교단은 헌법과 총회 결의를 존중하는 걸 전통으로 여겨왔다.
이 같은 전통을 세습 논란에 대입해보자. 우선 예장통합 교단은 헌법으로 세습 금지를 규정해 놓았다. 또 명성교회 세습으로 논란이 일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가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 이쯤되면 명성교회 쪽도 한 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총회 헌법이나 총회 결의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명성교회 쪽은 지난 해 정기노회 때 세습안을 반려했던 김수원 목사(태봉교회)의 노회장 승계를 막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명성교회 쪽은 더욱 노골적으로 집단행동을 감행하는가 하면, 공공연히 노회 분립 가능성마저 흘린다.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명성교회는 장로교단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80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과 1600억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교회이기도 하다(이 같은 사실은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 취재로 드러났다). 따라서 명성교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한국교회 전반은 물론 한국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명성교회로서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명성교회가 보인 행태는 정반대였다. 무엇보다 명성교회는 노회-총회로 이어지는 교단의 공적 의사결정쯤은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 한편 비자금 의혹을 취재하는 공영방송 취재진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태는 정기노회장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명성교회가 세계 최대 장로교회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명성교회는 소속 노회는 물론 교단, 더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까지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는 교단의 공적 의사결정은 무시해도 좋다는 말인가?
명성교회가 하루 속히 오만과 교만에서 벗어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