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정이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직무 수행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해당 교회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 서초동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 이야기다.
서울고등법원 제37 민사부는 5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목사 자격이 없는 피고 오정현을 소외 교회의 위임목사로 위임하기로 하는 이 사건 결의는 그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볼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무효인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소외 교회의 위임목사가 된 피고 오정현은 더 이상 소외 교회의 위임목사로서의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았다. 요약하면 오 목사의 목사자격에 심각한 하자가 있으니 목사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소속 회원 8명이 오 목사와 이 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동서울노회를 상대로 낸 위임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오 목사가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교단이 정한 목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번 선고공판에서 대법원 판단이 사실 오인이고, 오 목사의 목사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교단 헌법 정치편 제15장 제1조 에서 정한 목사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며 교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회 측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으나, 대법원이 판단을 뒤집지 않으면 오 목사는 목사 직무가 정지된다. 그런데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건에서 오 목사가 패소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갱신위 쪽 A 집사는 "재판부가 교회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대법원 상고한다고 해도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랑의교회는 오정현 목사 부임 이후 갈등을 겪어왔다. 오 목사는 논문 표절 의혹, 미국 장로교 목사 안수 과정, 국내 총신대 신대원 이수과정 등에 대한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며 자질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결국 법원이 오 목사의 목사직 수행에 심각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회법정이 목회자 직무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줄 판단을 내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사랑의교회 측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 지역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더 나아가 종교단체 모두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정교분리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그리고 '교단의 자율성과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와 상충된다는 게 사랑의교회측 주장이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측은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내놓지 않고,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 성도가 한마음이 되어 믿음과 기도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 같은 교회 측 입장에 대해 꾸준히 오 목사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해온 한국독립PD협회 황성연 PD는 내부단속용이라고 지적했다. 황 PD는 "이번에 법원에서 쟁점이 된 건 목사자격 하나만이다. 그러나 오 목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성도들이 동요하지 않으면 오 목사는 목사직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여론전에 몰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