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김형석 교수가 국민들에게 새해 첫날부터 덕담을 전하는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형석 교수는 KBS '인간극장'을 비롯해 기독교방송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출연해 새해 덕담을 전했다.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 철학자로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를 일깨우며 애정어린 비판을 가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100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는 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부터는 (나이가)세 자리 숫자가 되니 과거의 연장인가 새 출발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며 "걱정도 되고 기대도 있지만, 우선 오늘까지 살아오고 일한 것에 감사한 마음과, 한편에서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나 우려와 걱정도 있고 그렇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결국 얻은 결론은 더 늙지는 않아야겠다, 늙는 것은 이걸로 끝내자는 것이 새해 소감"이라며 "저는 98세 때 1년 동안 제일 건강하게 일을 좀 많이 한 셈이다. 책도 두 권이 나왔고, 160회 이상 강연을 다녔기에 98세 1년이 제 인생에서 보람 있는 나이가 아니었나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도 좀 바쁘게 만족스럽게 보낸 셈"이라며 "그래도 98세 때 더 좋았던 것 같아서, 그 해같이 살고 또 늙지 말자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덕담을 요청하자 김형석 교수는 "요새 나온 책 가운데 한 마디 남길까 한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해지십시오.' 그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머뭅니다.' 그 생각을 한 해 동안 나눠 가지면 제일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시대의 지성 김형석 교수는 대한민국 철학 1세대로서 김태길 서울대 철학과 교수, 안병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와 더불어 3대 철학자로 손꼽힌다. 에세이집 <고독이라는 병>과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철학자인 그에게 수필가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게 했다.
교리주의 비판...교리 아닌 예수 진리 전할 것 당부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의 교리주의를 비판해 온 기독교를 사랑하는 기독교 철학자이기도 하다. <예수>는 김 교수의 그러한 기독교적인 철학과 신앙의 사유가 담긴 에세이를 녹여낸 작품이라 하겠다. 실제로 김형석 교수는 한국기독교철학회 창립 당시 기초를 놓는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지난 2015년 김형석 교수는 한국기독교철학회가 주최한 <기독인문아카데미> 강좌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음에도 외형적 크기를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고 아픈 사람들을 보듬는 것에는 소홀한 현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한편, 교리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를 질타했다.
당시 강연의 핵심 부분은 교회가 위기에 처한 이유와 앞으로의 나아갈 길에 대한 분석이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위기에 처한 원인이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치는 현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인생관이 되어야 하는데, 교회는 자꾸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친다"라고 밝히며 중세 가톨릭을 예로 들었다. 중세 가톨릭은 교권(敎權)이 왕의 자리에 섰을 때 진리보다 교리를 중시하면서 타락하고 부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스님들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목사나 신부가 쓴 책이 그러지 못하는 것 역시 스님은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목사와 신부는 교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면서 "예수께서는 교리가 아닌 인생을 이야기하셨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교회가 예수님 말씀을 가지고 있으면 민족의 희망이 되지만 교회가 예수님 말씀을 잃으면 사회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줄 것이 없어지고 이에 따라 교회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교리를 가르치고 교회를 크게 지으려 하기에 앞서 사랑을 실천하고 '교회에 가면 배우는 것이 있다'라고 느끼게 해야 교회로 사람들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리스도 정신을 가진 의사, 기업가, 기술자가 필요하며 앞으로 그들을 키우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크기에, 외형에 집착하는 한국교회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은 한 번도 교회를 크게 지으라 하신 적이 없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책임을 다 감당하게 되면 자랑은 세상 사람들이 해줄 것이니, 자랑하기 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정리했다. 그는 이제 교회의 과거를 탓하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하며, 창조적인 신앙과 역사에 희망을 주는 신앙을 새롭게 받아들임으로써 한국교회의 희망을 일구어가자는 당부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