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는 2010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이는 사회 각계 각층의 미투운동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성추행 비위를 덮으려고 인사 권한을 남용했다며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안 전 검사장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부당 전보를 시키는 등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서지현 검사는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안태근 법정구속과 관련해 "당연한 결과"라며 "오늘의 선고 결과가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앞서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안 전 검사장의 종교 활동을 언급하며 진정성 없는 그의 태도를 지적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서지현 검사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의 말대로 실제로 안태근 검사는 용산구 이촌동 모 유명 대형교회 간증 영상에서 "성경말씀을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그동안 제가 저 혼자 힘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한 제 교만에 대해 회개하며 저희 대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이 느껴졌다"고 간증했다.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 스스로 회개하고 용서받는 모습이었다. 셀프 회개, 셀프 구원으로 이어지는 간증 내용은 서지현 검사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불쾌감을 주었다.
한편 서지현 검사는 검찰의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 각계 미투 운동을 촉발시켜 여성 인권 증진에 기여한 바가 인정돼 지난해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이홍정)가 주는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서지현 검사는 수상 소감에서 "가해자의 간증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 상을 줄지는 몰랐다"라면서도 "하나님의 뜻은 어떤 개인 혼자서 그 모든 고통을 다 감당해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해주고, 그 고통을 나누어 지고,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몫을 이 공동체에 남겨놓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