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계 연합기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제25대 대표회장 후보자 정견발표회가 23일 오후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정견발표회는 목사 타이틀을 앞세운 노골적인 정치 행태, 타종교인을 개종의 대상으로 보는 편협한 선교관 등 보수 교계의 민낯이 드러난 현장이었다.
대표회장 후보로 나선 기호2번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기독자유당(이하 기독당)이 한기총 상위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대표회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애국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해석에 따라 극우 정치 세력인 소위 '태극기 부대'와 잡았던 손을 놓치 않겠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기독당을 위해 한기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광훈 목사는 이날 정견발표회에서 숨김 없이 노골적으로 기독당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광훈 목사는 자신을 둘러싼 상당수 질문에 대해 기독당의 필요성, 기독당의 선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표회장이 되면 한기총이 정치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는 공통질문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기독 정당이 성공하면 한기총 재정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절대 세상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애국 운동은 계속할 것이다"라며 "자꾸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존 칼빈과 아브라함 카이퍼를 보라. 목사님들도 상위기관이 없어 종로5가에 적체돼 있다 보니 내분과 분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의원을 배출하면 500개 이상의 직책이 생길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사회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한 기독교의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광훈 목사는 "여러 단체들이 눈물 흘리면서 활동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누차 말씀드렸듯 비대칭전력으로 맞서야 한다"면서 "기독 정당이 의원을 배출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1만 2천표 모자랐으니,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축복하시면 이번에는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셨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애국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어떤 모양으로든 대표회장 당선 이후에도 변함없이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정견발표회에서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순교"라는 표현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호1번 김한식 목사(한사랑교회)는 정치 활동에 대한 표현을 가급적 자제하면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서 정책 공약을 설명했지만 동성애 문제가 나오자 발톱을 드러냈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1년간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한식 목사는 회개 운동을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한기총의 대표성과 역사성을 활용해 동성애 등의 사안들을 생명 걸고 막겠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순교를 당하면서도 복음을 전파하지 않았나. 당선되면 기독 의원들을 모시고 NAP 철회에 앞장서게 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샀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특정 성향의 국회의원들과 손을 잡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김한식 목사는 또 타종교와의 교류의 장을 "전도"의 현장으로 활용하겠다는 편협한 선교적 발상도 드러냈다. 1년 임기의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동기를 묻는 공통질문에 대해 그는 "대정부 면에서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있다"면서 "7대 종단 모임에서도 한기총에서 곧 대표를 배출할 것이다. 저는 전도가 은사이다.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공식석상에서 타종교인을 개종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소속 교단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기호 2번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소속 교단을 묻는 기자의 질문도 있었는데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현재 50회 대신총회 총회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신총회(총회장 안태준 목사) 측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소속 교단 인물이 아니라는 상반된 주장을 해 후보 자격 논란이 예상된다. 참고로 백석 총회와 대신 총회 통합은 지난해 51회 총회에서 무산돼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