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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보수 개신교와 아스팔트 극우의 잘못된 만남

‘문재인 퇴진’ 주장 전광훈 목사, 판 뒤집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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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유투브 '태극전사TV' 화면 갈무리)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정부 퇴진 운동에 앞장설 것임을 선언했다. 오는 17일엔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지난 주 ‘핫' 했던 뉴스 가운데 하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등장 소식이었다. 전 목사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회' 사전행사 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목사는 연설에서 무척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발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할 때 북한은 공산주의했다. 우리는 자유 시장경제 할 때 북한은 통제 사회경제했다. 우리가 한미 동맹 할 때 북한은 조중 동맹(북중 동맹 - 글쓴이)했다. 우리는 기독교 입국론 할 때 북한은 주체사상이란 종교를 만들어냈다. 같은 70년을 지났더니 북한은 전세계 거지 나라가 됐다."

"북한의 2천 5백만 국민들이 주체사상의 노예가 됐는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사실 전 목사는 다소 수위 높은 발언과 진보진영을 향한 독설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또 올해 3.1절과 8.15광복절에 열린 극우집회에 등장해 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운 점을 감안해 볼 때, 그의 발언은 그다지 감흥(?)이 없다.

주목할 점은 보수(내지 극우) 개신교와 극우 정치세력의 만남이다. 전 목사는 자신의 등판이 극우 정치세력의 요청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 목사는 아예 극우 인사의 이름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바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고영주 변호사(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였다. 전 목사는 "기도하는 중에 결단을 내렸다"며 고 변호사를 언급했다. 전 목사의 말이다.

"고영주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 변호사께서 일반 시민단체의 앞장을 서면 난 기독교(개신교 - 글쓴이) 시민단체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고 변호사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보수 개신교와 극우 정치세력의 만남은 우리 정치사에서 그닥 새삼스럽지만은 않은 일이다. 관건은 이 둘의 만남이 '대세', 즉 문재인 정부 퇴진을 관철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적어도 기자의 관점에서 보수 개신교와 극우 정치세력의 만남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2005년과 2018년은 다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보수 개신교의 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보수 개신교는 최근 '동성애' 의제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올해 4월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들은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지역 시민단체들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실제 충남도의원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A 후보는 노골적으로 개신교 교회의 지원을 받으려 했다. 아산 지역의 한 교회는 A 후보의 현수막을 교회 외벽에 큼지막하게 걸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김종필(서산) 당시 도의원 등 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했던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거의 예외 없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A 후보 역시 낙선했다. 더구나 3.1절 구국기도회나 8.15 구국기도성회 등 보수 개신교가 주도하는 극우정치 집회 성격의 기도집회 참여도 역시 높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핵심 의제가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보수 개신교계는 정권에 일격을 가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2005년 사학법 개정 논란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학교법인 임원간 친인척 비율을 1/3에서 1/4로 축소하는 한편, 학교법인 이사 중 1/3과 감사 2인 중 1인을 교수회·교사회·학부모회 등이 참여하는 사학 구성원 단체가 추천해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이에 맞서 보수 개신교계는 극력 반대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 명예총재 김준곤 목사,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광림교회 김선도 원로목사,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등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은 "최근 사학법이 개정되면서 기독교 사학의 건학이념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참여정부를 성토했다.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개신교 등 종교단체들이 사립학교를 다수 운영하고 있는데,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종교단체의 기득권이 제한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보수 야당이던 한나라당 역시 사학법 개정 반대에 앞장섰다. 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장외투쟁을 벌였다. 보수 정치권과 보수 개신교계의 '케미'는 이때 절정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리에서 '가짜뉴스'로 선동했고, 교회는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참여정부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보수 개신교계의 협력이 참여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가해 결국 보수 이명박 정권의 당선으로 귀결됐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먼저 사학법 같은 대형 이슈가 없다. 보수 개신교와 극우 정치세력의 공통분모라면 '반공 이데올로기' 내지 '동성애' 정도다. 이 두 가지 의제가 문재인 정부를 흔들 수 있을까?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1월 6~8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4%가 긍정 평가했다. 긍정 평가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542명, 자유응답) ‘북한과의 관계 개선'(35%), ‘외교 잘함'(10%), ‘대북/안보 정책'(8%), ‘서민 위한 노력/복지 확대'(6%)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체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살펴보면 고무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인식변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역시 나아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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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성소수자나 난민을 상대로 횡행하는 차별·혐오에 반대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지난 달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이어졌다.

지난 달 20일 성소수자, 난민을 상대로 횡행하는 차별·혐오에 반대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아래 평등행진)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행진하며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 '20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평등행진을 주관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성명에서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권기본법"이라면서 "그러나 혐오 조장 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10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지난해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이 바라는 것은 평등한 세상"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는 평등을 향한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집회 한 번으로 당장 차별금지법이 입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향해 횡행하는 차별과 혐오를 제도적으로 막아달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은 아주 높다. 이와 정비례해, 세결집을 위해 성소수자 의제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힘을 잃어 갈 것이다.

요약하면 전 목사의 등판, 그리고 이후 본격화될 보수 개신교와 아스팔트 극우의 결합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위기의식을 느낀 두 세력의 ‘세불리기'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해 보인다. 전 목사 스스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아래 인용할 전 목사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 애국운동 상태를 살펴보면, 항상 큰 대회를 할 땐 기독교 교회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현재 탄핵으로 일어난 태극기 전사들이 굉장히 가라앉고 있다더라. 특히 태극기 집회가 점점 소멸돼 앞으로 2년 후면 거의 없어질 것이라며 저보고 지원해달라고 했다."

전 목사는 기자와의 접촉에서 예기치 않게 자신의 활동 배후에 개신교계 원로들이 있다고 고백했다. 길아무개 목사, 이아무개 목사 등이 전 목사가 거론한 이름들인데, 이들은 개신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보수 개신교계, 그리고 막후에서 지원하는 자칭 ‘원로'들께 바란다. 2005년엔 보수 정치권과 손잡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사학법 개정 반대)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10여 년 전 승리의 경험이 오늘에도 똑같이 재현되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무엇보다 부디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곡해해 정치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죄악임을 깨닫기 바란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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