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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의 횡설수설]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의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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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자유한국당 페이스북 갈무리)
▲자유한국당 로고

'자비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쉽게 저자의 의도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서 저자의 논리를 파악하고 난 뒤에 그 의도를 헤아려보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들에 대해서 최대한 자비의 원칙을 가지고 이해하려 노력해보고자 한다. 저들은 왜 그토록 억측을 부리면서까지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일까?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된 이 후로 그들이 해온 일련의 과정들만을 살펴봐도 거의 모두가 비상식적이다. 국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는 찬물을 끼얹고, 드루킹 사건을 확대시켜 특검까지 시행하면서 정부 주요 인사를 괴롭히는가 하면, 근래에는 손혜원 목포 투기 의혹 등의 사건과 같이 여당 인사의 어떠한 작은 이야기라도 생기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공격한다. 그리고 국회는 수도 없이 보이콧하고, 장관 임명 인사청문회는 거부하며, 그에 따라 정부가 인사를 감행하면 말도 안 되는 5시간 30분짜리 릴레이 단식 투쟁을 벌인다. 간헐적 단식 때문에 소위 '웰빙 단식'이라는 조롱까지 듣고 있는 자유한국당.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생각 같아서는 저들을 그저 한없이 욕하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는 저들을 모두다 국회에서 쫓아내버리리라 다짐하는 것으로 생각을 끝내고 싶지만, 일단 조금만 더 참고 그들의 의도를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다. 물론 그들을 최대한 이해해보려는 나의 글자체가 말이 될지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자유한국당은 보수개신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둘은 마치 쌍둥이와 같아서 생각도, 습성도, 하는 짓거리들도 서로 판박이이다. 이들은 쌍둥이거나 아니면 사상적 동지들이다. 즉 태생적으로 이들은 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거나 후천적으로 이들은 친할 수밖에 없는 공생의 환경에 처해있다.

대한민국의 고위관료 인사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더러 있다.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명이 이명박 장로이고, 박근혜는 기독교인은 아닌 듯 하지만 위 다른 인물들과 비교할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수개신교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들은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의 커넥션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가체계를 유린했다는 점에 있다. 즉 이들은 모두 반국가주의자들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그 죄로 구치소에 임시 보금자리를 틀었다. 반국가주의, 혹은 아나키즘은 그 자체로 국가의 적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사상 자체가 악은 아니다. 아나키즘은 현대 프랑스 철학을 공부해보면 매우 익숙해지는 사상이고, 또 어쩌면 예수를 연구하는 신학도들에게도 친숙할 수 있는 사상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성서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예수는 아나키스트로도 충분히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적어도 예수를 죽였던 사람들은 예수를 아나키스트로 여겨서 죽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에 의하면 국가체계는 <왕-마법사>와 <판관-사제>라는 이중분절을 갖는다. 단 한 사람의 왕이 다수를 다스리는 방식은 마법과도 같다. 그래서 왕과 마법사는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파라오 옆에 마술사, 헤롯왕과 동방 마술사(μάγοι)의 친족성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구약에서는 왕과 파라오로 대변되는 정치체계와 대비되어 하나님 나라의 대표로서 모세와 지팡이가 묘사되고, 신약에서는 헤롯왕과 마술사로 대표되는 당시 정치체계에 대비되어 그리스도 예수와 마법과도 같은 예수의 이적들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파라오가 모세에게 느꼈던 감정, 헤롯이 그리스도(왕)로서의 예수에게 느꼈던 감정은 분명 국가체계 전복의 위협이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치체계가 국가장치의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반면 판관-사제는 국가의 법률체계를 구축하는데 이집트 신화에서는 여신 네이트(Neith)가 이 역할을 하고 있고 모세에게는 율법이 주어졌다. 모세의 통치는 율법을 통해 정당화 된다. 헤롯왕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는 자신과 함께 정치체계를 구축하는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법체계를 구축하는 대제사장(ἀρχιερεῖς)과 법학자들(γραμματεῖς)과도 늘 함께 하고 있다. 반면 예수는 대제사장, 법학자들과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며 자신이 율법의 완성자임을 자처한다.

기존의 국가질서를 붕괴하고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선포하는 것이 모세의 사명이었고, 또 예수의 사명이었다. 특히 예수에게서는 이러한 사명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며 마지막 예수가 죽임을 당할 때도 이들 국가장치들과 극명하게 대립된다. 대제사장들과 법학자들의 법체계는 예수를 체포해서 빌라도라는 정치체계에 넘기고, 빌라도는 다시 대제사장들과 법학자들에게 예수를 넘긴다. 예수가 로마-유대의 정치-법체계를 전복시키고자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로마-유대의 국가장치가 예수를 통해 체제붕괴의 위협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점이 자유한국당의 반정부행위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의 커넥션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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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광화문 광장에서의 태극기 집회 광경.

보수개신교가 보수적인 이유는 융통성 없이 예수의 삶을 해석하고 자신들의 해석만이 옳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신념이 강한만큼 그들의 행동도 거칠다. 아나키즘이 아무리 의미 있는 것들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더라도 국가체계의 의미 또한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들은 맹목적으로 반정부적이다. 그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치를 전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이 진리이자 예수를 따르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가 태생적으로 유사한 쌍둥이와 같은 이유는 신국을 세우는데 필요한 두 요소라는 점에 있다. 하나님 나라의 정치체계를 구축할 자유한국당과 하나님 나라의 율법체계를 구축할 보수개신교. 반면에 이들이 후천적으로 유사해지는 이유는 서로 공동의 적을 가졌다는 것에 있다. 문재인 정부, 이것이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갈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붕괴해야만 하는 공동의 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후천적으로 더욱 유사해져간다. 이러한 이유로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는 그토록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토록 끈질기게 정부의 각종 정책을 공격하고 있으며, 그토록 집요하게 정부의 정치체계와 법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들의 반정부 활동이 때로는 위험천만하고 국익에 손해를 끼치기도 하여 그들의 나쁜 행위를 법으로 합당하게 처벌해할 때도 있지만, 그들의 신념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국가를 전복하고자 하는 것에는 숭고한 종교적 동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로 그들이 세우고자 하는 하나님 나라 따위에서는 살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이냐? 이렇듯 아무리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의 커넥션을, 행위들, 습성들, 짓거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야 헛수고다. 도통 말이 안 된다. 그래도 필자는 이것으로 충분히 자비의 원칙은 수행했다고, 적어도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를 이해해보려 노력은 해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자유한국당과 보수개신교는 예수나 하나님 나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결탁했을 뿐이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국가장치의 요소가 아니라 그저 자신들 스스로가 모두를 다스리는 왕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마법사가, 무슨 일이든 정당화할 수 있는 판관이, 그래서 신마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사제가 되려 할 뿐이다. 그 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장효진 객원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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