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모든 것을 ‘변화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봅니다. 이런 일방적인 소통이 어디 있나요? 문화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먼저 세상의 문화에 귀 기울여야죠.”
교회와 사회가 만나는 접점을 찾기 위해 올해 내내 ‘교회의 사회적 책임 2.0’ 포럼을 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이번에는 ‘문화’를 접점으로 찾았다. 기윤실은 11일 오후 7시 명동 청어람에서 ‘교회와 사회, 문화적 감수성으로 만나다’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고, 교회가 문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1일 ‘교회와 사회, 문화적 감수성으로 만나다’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고, 교회가 '문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이지수 기자 |
토론에 참석한 목회자들과 문화인들은 한결 같이 교회가 세상을 ‘변화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쌍방통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은 현 한국교회의 문화 수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으로 시작됐다. 임성빈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는 “문화를 통해 소통하려면 먼저 세상의 문화를 알아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문화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또 현대 문화적 조류를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인 ‘포스트모던문화’, ‘디지털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물론, 인문학적 교양 또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성’(理性)의 능력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것임에도 한국교회는 이성의 발현을 통한 문화 창달에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다. 가슴 뜨거운 신앙을 갖는 데에만 관심 가졌다”고 지적했다.
문화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CBS 신동주 PD는 “교회가 사회와 만나겠다고 하는 말 속에는 만남의 주도권이 교회에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쌍방소통’을 요청했다. 청어람 문예아카데미 박준용 기획자도 “기독교 우월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세상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잇닿은 크리스천들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참된 기독교 문화는 언제나 나보다 앞서 내 이웃의 입장에서 그를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만나려는 가난한 심령, 겸손한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며 ‘겸손한 접근’을 제시했다.
한편, ‘일방성’은 한국교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나와 논의의 폭을 넓혔다. 박준용 기획자는 교회의 ‘권위적’ 구조를 지적하며, 평신도들도 주체적으로 선교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민주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 밖에도 최은호 목사(예장통합 문화법인 사무국장), 박상규 목사(분당만나교회 문화사역담당) 등이 참여했으며,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봤다.
기윤실은 이날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교회가 문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해 내년 초 전국 교회에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