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계 지도자들이 100년 전 3.1 운동 당시 기독교가 자금 조달 문제로 천도교에 빚진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날 촛불 혁명이 있기까지 한국 민중 운동사의 큰 맥으로 평가 받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위원회(준비위원장 윤보환·정성진·김종준 목사)가 25일 서울 종로 태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질의 응답 시간에 본지 기자가 '3.1 운동의 의의 중 하나로 종단 간 평화와 협력도 빠트릴 수 없다. 요즘 빚투 논란이 한창인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100년 전 3.1 운동 당시 기독교가 자금 조달 차원에서 천도교에서 빌린 돈을 갚을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윤보환 감독은 "차용증이 확인이 되면 나중에라도 모금 운동을 해볼 수는 있겠다"고 밝혔으며 엄기호 목사도 "빌린 돈이 있는 줄 몰랐다. 확인이 되면 돈이 아니면 말로라도 갚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교계 지도자들은 대체로 3.1 운동 당시 기독교가 천도교에 빚을 졌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이만열 박사(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오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38차 열린대화마당에 강사로 초청돼 3.1 운동에서 기독교가 천도교에 빚을 졌다면서 "금전적인 빚 2억 5천만원을 꼭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기독교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천도교에서 돈을 꾸어 놓고 지금껏 갚지 않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위원회 측은 이번 대회가 기독교 차원에서 진행됨을 사전에 알렸다. 그러나 이번 기념대회가 3.1 운동의 사회적, 세계사적 의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종단 간 화합의 뜻도 새기지 못하는 그야말로 교계 행사 정도로 그친다면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의미한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주최측은 이번 기념대회에 대해 △3.1운동의 기본 정신이 된 평화와 화합 등 기독교 정신의 고양 △교회와 다음세대를 살리는 기도와 찬양과 경배 △민족을 가슴에 품은 평화와 통일 이라는 목표로 전 교계가 함께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준비위원장 윤보환 감독은 "100년 전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주의의 총칼에 맞서 정의와 평화, 자유를 세계만방에 외침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며 "3.1운동을 통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독립에 큰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게 됐다"고 3.1운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보수 교계 대표 단체들이 앞장선 가운데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일천만기도운동본부, 한국대학생선교회, 평신도단체협의회 등의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진보 교계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게도 문을 열어놨지만 이 같은 대회 성격상 참가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