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아들의 군 복무 특혜의혹에 해명했다. 이와 관련, 대구MBC는 24일 황 전 총리가 기독CEO 회원인 이철휘 제2작전사령관과 친분을 맺었고, 이 와중에 군 복무중인 황 전 총리의 아들이 특혜를 받은 정황을 보도했다.
전주 35사단에 입대한 황 전 총리 아들이 이 사령관이 있는 제2작전사령부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또 주특기도 보병에서 일반물자 저장관리로 바뀌었다는 게 대구MBC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군의 자대 배치는 훈련소에서 투명하게 하는 거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청문회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당국도 "첫 주특기인 보병은 신병 관리차원에서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황 전 총리와 군 당국이 입장을 밝혔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황 전 총리 아들의 군 복무 특혜시비에서 주목할 지점은 기독CEO모임이다.
황 전 총리가 대구 고검장 시절 만들었다는 이 모임엔 유력 기업대표, 군 장성, 기관장 등이 회원으로 있다. 황 전 총리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모임에서 황 전 총리가 이철휘 사령관과 친분을 맺은 게 빌미가 됐다.
황 전 총리는 '순수한' 신앙인들의 모임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강변이 ‘순수'하게만은 들리지 않는다.
현실을 보자. 비단 황 전 총리가 꾸린 기독CEO모임뿐만 아니라, 교회에 다니는 기업인들 혹은 법조인들끼리 모임을 꾸리고 친목을 다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신앙인인데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니 동질감이 들 수밖엔 없다. 이런 모임은 얼마든지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모임이 신앙인끼리의 교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황 전 총리와 이 사령관이 그저 얼굴만 아는 사이일수도 있다. 하지만 전주에 있는 부대로 입대한 황 전 총리의 아들이 아버지 근무지인 대구로 자대배치를 받는 일이 쉬운 일일까? 또 보직도 보병에서 일반물자 저장관리로, 여기서 다시 행정PC 운용으로 바뀐 게 병사 개인의 능력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부디 솔직해지자. 기독인들의 모임이 '순수하게' 신앙적 모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건 이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법조인들의 모임인 이른바 '법조선교회'는 담임목사의 법조 전위부대 노릇을 하는 한편, 기독CEO 모임은 사업을 위한 인맥 구축을 위한 공공연한 수단이라는 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혼자이든, 함께이든. 그러나 현실에서 이뤄지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은 하나님 나라 확장 보다는 자기이익 추구일 때가 종종 있다. 황 전 총리의 기독CEO모임도 본질에서 이탈해 자기이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된 정황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황 전 총리는 갓 정치에 입문했음에도 유력 정치인 대접을 받고 있다. 법무장관·국무총리를 거친 이력에다가 보수층의 지지도 제법 탄탄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황 전 총리는 보수진영 후보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보수 개신교계의 신망도 두텁다. 황 전 총리 스스로도 퇴임 후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돌며 세를 다져왔다.
그러나 황 전 총리와 보수 개신교의 유착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황 전 총리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세상 사람들은 둘의 유착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야합'으로 보는 건 아닐까? 비슷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임 역시 기독CEO 모임과 비슷하게 자기이익 추구 수단은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이제 매서운 눈초리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주시하고 있다. 부디 이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