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성추행 고백 후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최일화가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에 등장해 논란이다. 영화 '어쩌다, 결혼' 측은 최일화 분량을 통편집 하지 않은 채 영화를 개봉한 것에 대해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라며 "당시에는 최일화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일화가 미투 당사자로 지목돼 활동을 중단하자 제작진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작진은 최일화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면서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또 "'어쩌다, 결혼'은 저예산 영화"라며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재촬영을 위해 스탭,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인 감독과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제작의도에 따라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탰다.
끝으로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의 개봉과 최일화의 복귀는 무관하다면서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최일화는 자진 성추행 내용을 고백을 하고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 했지만 최일화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여배우의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에 휩싸였다. 이번 최일화의 등장에 당시 여배우가 폭로한 최일화 성폭행 내용도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당시 최일화의 피해자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마치 가벼운 성추행이었던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명백한 성폭행이었다"면서 발성연습을 하자며 새벽에 불러냈다. 일주일 쯤 지났을 때 술을 마시자고 해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나에게 연기를 못한다며 온갖 지적을 했다. 연기 지적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게 됐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가 나를 끌고 가기에 소리를 질렀다. 그때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 당해 기절을 했다"고 폭로해 최일화의 성추행 자진 고백이 성폭행 사건을 축소하기 위함이 아니었느냐는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한편 교회 개혁을 위해 운동하는 세력은 성범죄 발생률이 다른 직업군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 종교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면서 남성의 그릇된 성인식을 고찰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그릇된 성인식의 뿌리를 남성중심주의로 보고 있으며 이 남성중심주의가 여성의 기능화, 도구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성중심주의 안에는 가부장제가 똬리를 틀고 있는데 신학자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의 책 『현대신학사상』에서 이 가부장제에 대해서 "남성이 가정의 머리 곧 가정의 통치자로서 지배계층에 속하고 여성은 피지배계층으로 분류되는 성적 위계질서를 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 비하와 성폭력이 끊이질 않는 교회 성폭력 문제에서도 남성중심주의는 그 뿌리로 평가되고 있다. 개신교 여성신학자 강호숙 박사는 "교회의 남성중심주의는 남성 목회자를 '신격화' 내지 맹신하게 함으로써 남성 목회자에게 성적으로 종속하게 만들며, 피해를 입은 여성을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가는 무자비성과 무책임성을 야기한다. 한국교회의 주류는 여성을 개체존엄적 존재로 보기보다는 '남녀질서'에 따른 집단으로 취급하면서, 성차별과 성폭력 등 우리사회가 중요시 여기는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과 같은 중대한 젠더문제들(미투운동 포함)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이다.
강호숙 박사는 이 같은 교회의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성경적 페미니즘을 제시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성(性)을 인간의 모든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로 펼쳐 내기 위해서는 현 재 성에 대한 태도와 성 활동의 위기에 직면하여 성경의 원리와 인간경험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성에 대한 건강하고 창의적인 신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