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흡영 교수 ⓒ이지수 기자 |
김흡영 교수(강남대 신학과)가 유교와 그리스도교를 접목한 또 하나의 문화신학, ‘도道의 신학’을 주창했다. 김 교수는 12일 한국문화신학회(회장 김광식) 세미나에서 ‘유교-그리스도적 신학 ; 우리 신학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도의 신학’을 소개했다.
김흡영 교수는 ‘도의 신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10여 년 전 유교 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안동의 ‘지례예술촌’에 머문 것이 계기였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신학 공부를 하면 할수록 유교적 전통이 내 속, 곧 몸과 마음과 영혼에 깊이 침투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유교는 마치 내 종교적 모국어인 듯 했다”고 말해왔지만, 지례예술촌에 머물며 ‘영혼의 고향에 온 듯한’ 평안함을 누린 것이 이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의 신학’이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등가적 혼합, 즉 ‘혼합주의’는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했다. “종교혼합(syncretism)은 절대 경계한다”며 연구의 주목적은 “전통종교의 메타포를 빌어 한국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유교의 만남 필요한 이유
김 교수는 한국 신학 연구에 유교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구원론의 재고를 위해 ▲원죄론의 재고를 위해 ▲서양신학의 이원론을 탈피하기 위해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 한국교회의 구원론은 “지나치게 개인적”, 극단적으로 말해 “조상과 가족들은 지옥에 가더라도 나는 예수 믿고 구원 받아야 한다는 식”이라며 전통 종교의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새로운 구원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양신학의 구원론은 비기독교적인 과거에 대한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종종 갖는 의문인 ‘우리 조상들은 구원 받았는가?’,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살던 사람들은 구원 받을 수 있는가?’ 등에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한국적 신학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교가 한국교회의 ‘원죄론’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원죄론은 “많은 경우, 자신의 죄가 아닌 타자의 죄를 정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며 이는 유교의 ‘성선설’에 기초한 의리와 신뢰의 덕목보다도 해롭다고 말했다.
또 서양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원론의 폐해를 지적하며, 동양의 ‘통전적’ 사고에 기초한 신학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서양신학이 그 모체인 희랍 사유의 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영혼/육체, 로고스/프락시스처럼 모든 것을 이원화함에 따라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동양의 ‘순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이 동양적 사고에 기초한 신학은 “신의 초월성, 인간의 사회성, 우주의 생명성을 아우르는 통전적 신학 패러다임을 표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의 신학의 가능성
김 교수에 의하면 ‘도’는 복음 그 자체를 의미한다. 성경구절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요’에서 길(道)이 그리스도교의 ‘도’이며, 예수는 ‘도’를 완전하게 실천했다는 점에서 그리스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를 어떻게 신학적으로 구성하여 ‘도의 신학’을 만들어낼 것인가? 김 교수는 ‘도’를 메타포로 사용하는 신학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느님은 로고스나 프락시스처럼 이원론적인 메타포로는 파악될 수 없는 근원적 존재”라며 “’도’가 로고스나 프락시스보다 훨씬 더 적합한 근본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도’는 근원적, 초월적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라는 점에서, 통전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하나의 틀로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흡영 교수는 ‘도의 신학’의 기독론, 삼위일체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