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극우 개신교 가짜 뉴스를 검증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출범했다. 이사장 김용민은 개신교 인터넷 신문인 N신문 편집장 출신이다. 개신교계 가짜뉴스 검증 센터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평화나무는 특히 주요 활동으로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와 간증을 팩트 체크해 진실을 가려내겠다고도 했다. 이른 바 신자유주의로 분칠한 자본주의 우상 숭배에 잠식돼 예수를 팔아서 부를 쌓는 종교 장사 행위 근절 활동도 벌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가짜뉴스 팩트 체크를 하겠다던 평화나무는 그러나 12일 단체의 첫 활동으로 팩트 체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관적이며 선언적인 내용을 담은 논평을 냈다. 이 논평에서 평화나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수감 시기 매주 목요일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기도를 해주었던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질타했다. 권력형 비리를 저질러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이 전 대통령을 김장환 목사가 두둔하고 있다며 김 목사의 '정치행위'로 애꿏은 그리스도인들이 도매급으로 욕을 먹고 있는 데에 사죄하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상으로 볼 때는 개혁적 성향의 개신교 시민단체라면 어느 곳에서도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의 평이한 논평이었다. 다만 형식적으로 볼 때 가짜뉴스 검증센터 역할을 자임한 단체가 내놓기에 적절한 논평이었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소위 '팩트 체크'란 거짓이 섞이지 않은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그 목적으로 한다. 거짓과 사실이 뒤엉켜 생산된 가짜뉴스에서 거짓과 사실을 분별하고 거짓을 골라내는 일이다.
정말로 팩트 체크가 그 목적이었다면 김장환 목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든든한 후견인이었고 이 전 대통령의 구치소 수감 시절 매주 목요일 이 전 대통령을 찾아 기도해준 인물이었다고 확인하면 그만이다.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다. 김장환 목사의 '이명박 두둔' 행위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망신을 당한 것을 객관적 지표로 나타낼 수 없다면 말이다. 밋밋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출범의 취지를 새긴다면 팩트 체크 논평만으로 만족했어야 옳았다. 나머지는 논평을 읽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의 몫으로 남겨 두면 될 일이었다.
팩트 체크 주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면 또 다시 팩트가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주체의 뚜렷한 주관성이라는 해석학적 렌즈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팩트가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 정보와 섞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평화나무는 사족을 붙이지 말고 그야말로 출범 취지대로 팩트만 정확하게 검증하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가짜뉴스 대응은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도 아니며 특정인의 주관을 섞은 논평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일도 더더욱 아니다. 긴호흡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