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인재임이 밝혀졌다.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포항지진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지목했다.
지열발전소가 물을 강제로 주입해 땅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미소 지진, 즉 작은 규모의 지진이 쌓여,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했다는 게 정부조사단의 설명이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은 "(지열발전소가)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 임계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되었다"고 밝혔다. 지열발전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시작됐다.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선전했지만, 결과는 1000여 채의 집을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포항지진 당시 한동대학교는 큰 피해를 당했다. 그런데 지진 피해를 두고 개신교 커뮤니티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엔 '지진을 통한 하나님의 경고'란 제목의 메시지가 돌았다. 내용은 이랬다.
"한동대의 처참한 지진피해는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동대는 하나님께서 미래 한국을 위해 예비한 리더자를 만들자고 시작한 대학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동대 인권법학회 퀴어신학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동성 성행위를 성경적으로 옳다 하는 가증한 (임보라)씨를 초청해 성경을 해석하려는 사건을 보면서 왜 유독 한동대가 큰 피해를 입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1. 한동대는 영적 전쟁의 관점에서 한반도 축소판 2. 한동대 지진은 나라 전체에 대한 경고가 되어야. 전체 수능이 연기되는 걸 보면 이미 전국적이죠. 3. 동성애와 종북을 다 하는 좌익은 전 세계에 한국뿐. 좌와 우가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 향린교회와 임보라 목사의 문제를 분별 못 하는 것은 전 교회와 전 지식인의 문제."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자. 한동대 인권법학회는 지진 발생 시점을 즈음해 포항시내 모처에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를 강사로 초빙해 '퀴어의 눈으로 성서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내에서 반발이 일었다. 임 목사는 '퀴어 성경 주석' 번역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보수 예장합동 등 8개 교단으로부터 이단성을 지적받았었다. 한동대가 임 목사 강연에 반발했던 이유는 건학이념에 명문화 돼 있는 '기독교 이념'이었다. 결국 임 목사 강연은 열리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한동대 지진피해를 '하나님의 징벌' 운운하는 메시지까지 나돈 것이다.
장로 대통령 비판 메시지는 없는 단톡방
한동대에서는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지진 다음 달인 2017년 12월 한동대는 '기독교 정체성에 맞지 않은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이유로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HILS) 김대옥 조교수(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또 학내 동아리 내 페미니스트 학술 동아리인 '들꽃'이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며 관련 학생을 징계했다.
김 목사와 징계 처분을 당한 학생들은 학교를 상대로 싸우는 중이다. 김 목사는 교원소청심사위에 호소했고, 학생 A씨는 학교 몇몇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잇달아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자 단톡방에선 이들을 비방하는 메시지가 다시금 나돌았다. 심지어 학생 A씨의 신상과 성적 지향을 폭로하는 메시지까지 유포됐다.
다시 지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정부는 1년간 정밀 조사 끝에 포항지진 원인이 지열발전소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명박 장로 대통령 시절 본격화됐다. JTBC 뉴스룸은 21일 "산업은행이 금융지원 불가 결론을 내렸지만 지열발전소 업체 대표는 보고서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고 결국 지원을 받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명박 전 정부의 특혜가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개신교 커뮤니티엔 '한동대 지진은 하나님이 이명박 장로 대통령의 비리를 벌하기 위한 심판'이란 식의 메시지가 나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제까지 장로 대통령의 잘못을 질타하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옥 목사는 "그런 이들의 신앙유형이 용인하는 하나님은 결국 '자신들의 기대수준, 곧 자신의 욕망에 묶인 신'일 뿐이다. 그 욕망의 핵심인 '권력'에 조응하는 신, 곧 '우상'이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기대에 부합하는 '하나님이 세우신' 장로 대통령을 어찌 비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권력 없는 자,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며 도리어 그들의 욕망을 비판하는 자만 가차없이 제거당할 뿐"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