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교단이 지교회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림형석 목사)와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이승희 목사)는 각각 명성교회 세습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자격 논란으로 안팎의 비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주인공인 김삼환 원로목사와 오정현 목사는 친분이 두텁다. 참 묘한 상황이다.
수차례 다룬 바 있었지만 다시 언급하면, 예장통합 총회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 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했다. 이러자 동남노회 새임원진은 사고노회 철회를 촉구하며 3일 동안 단식 기도회에 들어갔다.
한편 사랑의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동서울노회는 25일 서울 내곡동 내곡교회에서 임시노회를 열어 오정현 목사의 목사 고시 및 교단 목사 임직, 사랑의교회 위임 결의를 일괄 처리했다.
앞서 오 목사는 예장합동 총회실시한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과정에 등록했고, 9일 2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편목과정을 마치자마자 사랑의교회는 공동의회를 열어 성도 96.42%의 찬성으로 오 목사 위임 청빙 결의를 통과시켰다.
전후 맥락을 모르는 독자라면, 이 모든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총회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메가처치'인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특혜를 줬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예장통합 총회의 동남노회 사고노회 지정이 그렇다. 총회재판국은 이미 1년 전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일부 노회원이 반발해 사회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사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회는 사고노회로 지정해 총회 관리체제에 뒀다. 누가 보아도 명성교회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 목사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 목사는 대법원의 파기 환송과 위임목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서울고등법원판결로 궁지에 몰렸다. 이러자 사랑의교회는 물론 예장합동 총회까지 나서 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장합동 교단은 당시 전계헌 총회장 명의의 목회서신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건 위임목사의 지위에 변동을 구하려면 당사자를 고시하고 인허하고 위임을 결정한 총회와 노회에 청구해 판단을 받을 사안이지 국가 법원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며 유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대법원 판결이 임박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변했다. 총회가 편목 정회원 자격 특별과정을 개설하는가 하면, 동서울노회는 목사 고시·교단 목사 임직·사랑의교회 위임 결의를 불과 두 시간 만에 처리했다. 얼핏 보기에도 오 목사에게 목사자격을 주기 위한 이례적 조치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공적 권위 스스로 무너뜨리는 교단 총회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오정현 목사 담임목사직 자격 논란은 별개의 사건이다. 그러나 교단 총회가 이들 교회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각 교단마다 각자가 정한 헌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교회가 크든 작든, 교단이 정한 헌법과 규칙, 그리고 교단 공조직의 의사결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교회가 크고, 특정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총회나 노회 같은 교단 내 공조직이 특혜를 준다면, 교단의 공적 권위는 무너지고야 만다. (세상에선 흔히 이런 경우를 '영이 안 선다'라고 표현한다)
예장합동 통합·합동 총회가 한국교회의 부흥을 주도하며, '장자교단'으로 자부하는 점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그러나 부흥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헌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그때그때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면, 교단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킬 뿐이다.
사실, 위에 적은 말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그러나 총회 '꼭대기'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을 거스르고 있으니 말이다.
긴 말 필요 없이, 꼭대기에 계신 분들이 에스겔 선지자의 경고를 새겨 들었으면 좋겠다.
"죄 없는 사람이라도 마음이 잘못 돌아서 올바른 길을 떠나 그릇된 일을 하면 죽으리라."
- 에스겔 3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