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교회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필수 불가결한 창조적 지성 활동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신학은 그 시대적 상황과 씨름하며 세상을 향한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교회의 대응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칼 바르트의 변증법적 신정통주의 신학, 폴 틸리히의 철학적 변증신학, 불트만의 실존론적 신학, 칼 라너의 초월론적 신학, 라인홀드 니버의 기독교현실주의 윤리신학,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 흑인해방신학, 여성신학, 민중신학, 토착화신학, 교회성장 축복신학, 생태학적 신학에 이르기까지 이들 다양한 신학은 각각의 특색을 갖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들 다양한 신학에도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 '공통분모'를 시대적 책임을 다하면 약화되거나 새로운 신학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라고 최근 기장교역자대회에서 주제 발제한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전했다. 때론 신학의 이런 유한성 때문에 신학의 무용론도 제기됐지만 그럼에도 김 교수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현실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신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세계상황변화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발제한 김경재 교수는 “지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기독교 신학의 흐름은 시대적 변화가 제시한 삶의 문제에 대한 교회의 창조적 반응결과로서 점철 되어있다”며 “복음진리는 영원할 지라도, 복음과 시대적 상황이 만나 빚어내는 교회의 신학적 반응은 언제나 상황적이고, 상대적이고, 유한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신학이든 진보신학이든 시대적 상황에 따라 흥할 수도 있고 쇠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보수신학과 진보신학 캠프의 생성시기를 18세기로 판단했다. 당대 교회의 신학적 반응은 반계몽주의적인 보수정통주의와 적극적 반응으로서 친계몽정신적 성향의 진보적 신학으로 양분되어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수신학에 대해 김 교수는 “개신교 보수정통주의는 계몽주의 정신의 여파로 발생한 성경비판학, 다윈의 생물진화론, 발전론적 역사주의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며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방어할려는 순수한 열정은 근본주의신학이라는 성벽을 교회둘레에 쌓고 자폐증적 방패를 들고 서든지, 아니면 인간 심령의 내면세계로 도피하는 청년왕국론적인 심령부흥운동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같이 천국을 사모한 나머지 역사 현실 세계는 세속인에게 내어주고 말았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진보신학 캠프는 칸트철학에 영향 받아 기독교 본질을 예수의 '산상수훈'에서 집약 표현된 윤리적 가치로 한정시킨 개인 윤리적 기독교로 만들어갔다고 그는 평가했다. 진보신학의 한계에 대해선 “땅을 정복하느라고 하늘을 잊었고, 역사에 책임적 이려고 초월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보·보수 신학의 지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이 터지니 세계 1, 2차 대전이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의 보수 정통주의와 진보적 인본주의 기독교는 20세기 초,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양편 모두 그 근저에서 고강도의 지진 진동을 겪었다”며 “그리하여, 국제연합(UN)이 형성되듯이, 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나 복음주의협의회( NAE)로 개신교의 교회운동이 2분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교회 신학이 진보, 보수 두 갈래로 나눠졌으나 공통 분모로 삼을 만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시대적 상황 하에 신학의 유한성이었다. 김 교수는 “20세기 교회의 신학운동은 이러한 역사변동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어느 신학운동도 영원한 신학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엄밀하게 말하면, 20세기 들어와서 어떠한 주류적 신학운동도 30-40년을 지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신학의 유한성을 근거로 신학 무용론을 펼치는 주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30-40년만에 그 실용성이 변화하는 신학은 할 필요가 없거나 그 가치를 평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신학무용론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신학의 필요성에 관해 “우리는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 신학이란게 별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영원한 진리복음’을 매 시대마다 인간이 직면한 실존적, 시대적 문제와 연관시키면서 복음의 진리로 그 문제를 해결 돌파하려는 교회의 창조적 지성활동이요 교회의 응답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바른 신학은 실존적이면서도 복음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시대적이고 실존적 문제와 연관시키지 않은 신학은 추상적이거나 무책임한 것이 되고, 영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망각한 상황신학은 공허하고 한갖 제3류의 종교철학담론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 빈부 양극화로 인한 계층간 국가간 갈등과 분쟁에 직면하여(계약전통 예언자정신의 회복(正義)과 섬김의 영성회복) △ 자연생태환경 붕괴로 인한 질병과 생존위협에 직면하여(창조전통 성육신 신앙의 회복(生命)과 청빈의 영성회복) △ 다문화 종교사회 도래로 인한 가치신념 체계 충돌위험에 직면하여(지혜전통과 화해신앙의 회복(平和)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영성회복) △ 유물론적 환원주의 실재관과 물신숭배적 바알문화의 도전에 직면하여(초월적 인간품성의 정체성회복(聖化)과 예수생명의 체현(體現)의 영성회복) 등 4가지로 세계상황과 한국사회가 맞부딪혀 씨름해야 할 문제들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