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천주교사제·불교승려들 MB 국정운영 대전환 촉구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은 15일 한국 천주교 사제들과 조계종 승려들이 일제히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 사제 1178인은 시국선언문에서 “각종 이권과 특혜는 오로지 극소수 특권층에 집중시키고, 경제난국의 책임과 고통으 사회적 약자들의 어깨에만 얹음으로써 극구 공생공락의 생명원칙을 파괴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묻고 싶다”고 했다. 소위 있는 자들 중심으로 정책을 짜나가는 MB 정권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

천주교 사제들은 이어 “고작 자기들만의 행복을 영영세세 누리자고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와평화통일로 가는 화해와 상생의 기조를 대수롭지 않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현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용산참사, 비정규직 문제에서 나타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일갈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용산참사의 모든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공권력의 절대적 정당성을 강변하는 몰염치는 바야흐로 벼랑 끝에 몰린 비정규직 등 서민대중을 장차 어떻게 대할 것인지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행렬을 배려하지 않은 것에도 쓴소리를 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작년 백만의 촛불을 광화문의 컨테이너로 가로막았고, 올해는 오백만의 국화행렬을 서울광장의 차벽으로 둘러치면서 대화와 소통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거듭 국민을 모독하는 불경이다”라고 했다.

최근 대통령의 사과나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통령은 일찌감치 말의 진정성을 잃어버렸다고 한 천주교 사제들은 “대통령이 이토록 국민의 줄기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헌법준수 의무를 저버릴 바에야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입장이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사퇴도 언급했다.

한편, 조계종 승려들도 ‘국민이 부처입니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 천주교 사제들과 뜻을 모았다. 승려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시 현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시국선언을 이어 나갔다.

이들은 “충격적인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현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와 죽음마저 또 다시 음해하는 정치검찰의 패악을 목도하며 이나라 민주주의가 천 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우리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국선언을 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승려들은 또 “현 정부의 과거 지향적인 개발논리와 독재적 발상, 국민과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오만함에 대한 참회와 국정철학의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친 재벌 정책과 저탄소 녹색정책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재발 정책에 관해선 “현 정부의 친 기업이 아닌 철저한 친 재벌 정책은 비정규직의 대거 양산과 심각한 양극화 현실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집 잃은 용산 철거민이 공권력의 강제 진압 앞에 불에 타 죽는 그리고 150여 일 동안 진상규명과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는 비극적 현실을 양산하고 있다”고 했고, 녹색정책엔 “천문학적 혈세가 투여되는 4대강 살리기 개발 사업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4대강 주변의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 수질대책, 식수문제, 부동산투기, 대운하의 변형' 이라는 의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아 “현 정부 출범 이래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의 신뢰관계는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고 한 승려들은 “현 정부의 대처능력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계속되는 남북 대결 구도를 우려했다.

승려들은 끝으로 △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수사를 사과하라 △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표현과 집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라 △ 용산참사의 책임 있는 해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정책적으로 배려하라 △ 4대강 살리기 및 각종 문화재 파괴행위를 일체 중단하라 △ 자연공원법 개악을 즉각 중지하라 △ 대북강경노선을 철회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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