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남노회(아래 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바람잘 날이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명성교회가 세습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남노회를 흔들고 있다.
동남노회 새임원진이 업무 재개를 예고한 13일 오전 사무실엔 명성교회 장로와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구임원측 십여 명이 업무재개 예고 시간 약 한 시간 전부터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편의를 위해 구임원측으로 용어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들은 업무 재개 예고시간 10시가 되고 새임원진 노회장 김수원 목사가 도착하자 아예 사무실 문을 걸어 잠궜다. 새임원진이 수차례 요구하자 겨우 못이기는 척 문을 열었다. 그러나 현장에 가까이 가려는 취재진의 출입은 막았다.
이후 새임원진과 구임원측은 두 시간 넘게 갑론을박을 벌였다. 취재진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주시했다. 간간이 명성교회 장로 몇몇이 사무실을 드나들었지만 그때마다 취재진을 향해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사태는 양측의 공방이 끝난 뒤 벌어졌다. 회의를 마치면서 사무실 문이 열리고 취재진은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속속 진입했다. 이때 전 동남노회 재판국장 남아무개 목사가 취재진을 향해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냥 나가라고만 한 게 아니었다. 취재기자를 밀치는가 하면 CBS 소속의 C 기자 팔을 잡아 채는 등 추행에 가까운 행위를 자행했다.
이참에 남 목사의 행적은 분명 지적하고자 한다. 남 목사는 총회재판국 심리가 한창이던 2018년 1월 명성교회 측 장로와 보조를 맞추며 재판국 회의장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면서 세습반대 단체가 붙인 벽보를 훼손하는가 하면, 활동가를 자극해 충돌상황을 야기했다.
2018년 10월 동남노회 정기노회 땐 마이크를 빼앗아 의사진행을 방해하는가 하면,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선출을 막기 위한 집단행동을 진두지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남 목사가 이젠 취재진을 향해 폭력까지 행사한 것이다.
동남노회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명성교회는 세습을 관철시키려 하는데, 새임원진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단행동을 마다하지 않았고, 급기야 취재진도 집단행동의 희생양이 됐다.
명성교회가 세습에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사 기자를 거칠게 다룬 건 새삼스럽지도 않다. 800억 비자금 조성경위를 묻는 MBC ‘PD수첩' 취재진을 능숙한 솜씨로 낚아 챈 장면은 무척 상징적이다.
명성교회, 우리 사회에 존재할 이유 없다
이쯤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더 이상 속마음을 숨기지 말고 세상에 이렇게 외치시라.
"내가 30년 넘게 피땀 흘려 키운 교회를 아들한테 물려주겠다는 데, 왜 난리야!"라고 말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수십만의 신도가 보는 앞에서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당당히 망언을 내뱉은 김삼환 목사가 이런 고백 쯤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습을 관철시키겠다고 노회-총회로 이어지는 교단 공조직을 흔들고, 교단을 분열시키고 언론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로서 존재이유가 없다. 그러니 김 원로목사는 속마음을 털어 놓고 그동안 해온대로 '마이 웨이'를 가시라.
예장통합 총회 수뇌부도 각성하기 바란다. 명성교회 이종순 장로는 불상사가 불거졌던 13일 "총회 가셔서 총회의 어떤 경로로든지 얘기해서 그런 문제가 해결돼서 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면 김수원 목사님이 노회장이 와야 된다고 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되고 그런 절차로 하자"고 말했다.
얼핏 새임원진 지위가 총회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총회재판국은 새임원진의 손을 들어줬다. 임원선거 무효 소송은 원고가 스스로 취하했다. 더 이상 무슨 절차가 필요하며 총회와는 또 무슨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총회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며 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하는 등 문제만 키우고 있다. 총회 서기는 "동남노회원 절반 이상이 등 돌렸다"며 명성교회 측 논리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아무리 명성교회가 신도수가 많고 800억이란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있어도 교단 공조직을 흔들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제껏 총회 지도부가 보인 행태는 명성교회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참에 총회 지도부도 고백하시라. "명성교회 눈치가 보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측이 어떤 집단행동을 벌였는지 전달하고자 아래 네장의 사진을 연속해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