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5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성명을 냈다. 한기총은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명의로 시국성명을 냈는데 한 줄 한 줄에서 호기로움이 묻어난다.
개인적인 입장임을 전제로 이번 시국성명을 환영하는 바이다.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은 앞으로 더 줄기차게 정권 퇴진 운동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
그렇다면 왜 한기총 시국성명을 환영하는지 이유를 적을 차례다. 전 목사는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안팎으로 거센 비판여론에 시달리는 처지다. 보도 직후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한기총은 하나님을 믿는 회원 교단과 단체로 구성된 연합 기관이지, 정치를 위해 모인 정치집단이 아니다"라면서 전 목사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입후보 시절부터 자질시비에 시달렸다. 대표회장에 당선됐지만 예장합동장신총회(총회장 홍계환 목사)가 법원에 직무정지가처분을 내는 등 반발이 일었다. 또 변승우 목사의 이단해제를 두고도 재차 내부 반발을 샀다. 이 와중에 MBC <스트레이트> 보도가 터지면서 곤란에 처했다.
전 목사로선 국면전환이 필요한 처지였다. 이에 다시금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며 결속을 다지려 시도한 셈이다.
전 목사는 허세가 심한 편이다. 2016년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77만표을 얻을 걸 두고 "개신교 130년 역사에서 기독자유당 만큼 지지 받은 의제나 프로젝트가 있으면 말해보라"고 호기를 부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정치의 큰 흐름을 바라보는 감각은 떨어진다. 그러니 대통령 하야 운운하는 시국성명을 낸 것이다.
자충수 된 전광훈 목사 노림수
단언하는데, 이번 성명은 한기총으로선 자충수다. 당장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6일 성명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우리나라 최대 개신교 단체의 대표가 한 발언이 맞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동시에 일말의 정당한 이유 없이 국민주권을 욕되게 하는 내란 선동적 발언"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은 "전 목사의 주장과 행동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도 문재인 정부 정책을 견인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각각 "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 목사가 제정 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 "종교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막말이다. 한기총 전체의 뜻인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으로서도 선뜻 한기총을 끌어안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과 협상 중이다.
황교안 대표도 문 대통령에게 일대 일 영수회담을 요구하며 존재를 인정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와중에 주요한 지지기반인 한기총이 연말로 시한까지 못 박으며 정부에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으니 한국당으로선 난감할 수밖엔 없다. 소셜 미디어 상에선 한기총과 전 목사를 성토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간 개신교계 안에선 개혁 진영을 중심으로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라는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한기총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틈만 나면 보수 정파의 우군을 자처하며 정치에 개입했다.
그런 한기총이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을 맞이하면서 안에서 파열음을 내는 양상이다. 전 목사 대표회장 취임 이후로 극우화되기 시작했고, 한국당과 유착도 보다 끈끈해졌다.
이와 비례해 일반 상식과의 괴리감은 점점 깊어졌다. 이 와중에 터진 시국성명은 한기총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니 한기총의 시국성명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간절히 바란다. 부디 전 목사가 건재하기를, 그래서 한기총을 자연스럽게 무너뜨리고 정치를 일삼는 보수 개신교의 힘도 빼놓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