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이 땅을 사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절대자 하나님과 소통하는 신앙행위다.
이 땅을 살면서 기쁠 때가 있는가 하면 슬프고 억울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구하기도, 혹은 이 땅에서 이루기 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선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간구를 듣고 위로해 주시고, 소원에 응답해 주시기도 한다.
그러나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 혹은 '예쁜 여자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식의 기도는 곤란하다. 또 최근 '핫'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처럼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 혹은 정치인을 향해 저주를 내뿜는 기도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하나님 앞에 소원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모든 소원에 응답하시진 않는다. 유럽에서 수년 동안 전쟁이 이어지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와중에,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나님이 왜 침묵했는지 어느 누구도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선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같은 심오한 주제는 논외로 하자. 가톨릭,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의 뜻에 합한 기도가 응답받는 기도라고 가르친다. 이 점만 기억하자.
모범 답안은 ‘주기도문'
자,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에 합한 기도란 어떤 기도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 의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모범 답안을 주셨다. 여기서 말하는 모범 답안이란 주가 가르치신 기도, 바로 주기도문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하셨다. 즉,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도 하늘의 뜻을 구하라는 말이다. 많은 신앙인들이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면서도 바로 이 지점에서 길을 잃는다.
자녀가 명문대학교 입학해서 졸업 후 고시에 합격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게 간절한 소원인 이들이 없지 않다. 입시 때만 되면 수많은 크리스찬(?) 학부모들이 이렇게 기도한다. 또 마치 하나님의 소명이라도 되는 양 매년 퀴어축제가 열릴 즈음 거리로 나가 "이 나라가 동성애로 오염(?)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이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런 기도는 기도가 아니다. 이건 기도를 빙자한 욕망의 표현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5일 문재인 대통령 연말 하야를 요구하더니 8일엔 문 대통령 하야시 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금식 기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역시 기도가 아니다. 정치적 욕망에 다름 아니다. 목회자가 기도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으니 세상 언론마저 혀를 찬다. 주말 JTBC '뉴스룸' 진행자인 김필규 앵커는 8일 '비하인드 뉴스' 코너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기도응답이라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광훈) 목사도 그 내용은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 목사에게 당부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22년 5월 퇴임한다. 그때까지 릴레이 금식기도 중단 없이 이어나가길, 그 과정에서 정치 좋아하는 한기총과 보수 개신교 모두를 무너뜨리기를 말이다.
하나님께서 전 목사를 ‘귀하게' 사용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