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문재인 대통령 하야 운운하며 릴레이단식을 선언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하루 만에 단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컷뉴스>는 13일 "전 목사께서 당뇨가 심해 단식을 오래 할 수 없다"는 한기총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단식에 들어갔던 당일 저녁 한 끼만 굶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을 향한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전 목사는 14일 오전 한기총 블로그에 문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를 적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돌이키지 않고 헌법을 부정하며 국가를 해체하는 길로 간다면, 스스로 하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스스로 하야하지 않을 경우,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중 대통령 국민소환제가 없으므로, 대통령국민소환의 성격으로 ‘문재인 하야를 위한 국민소환 1천만 서명대회'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실로 허망하다. 대외적으로는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양새여서 그렇다.
전 목사의 발언이나 주장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건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걸핏하면 극우발언을 일삼고 현 정부에 ‘주사파' 낙인을 찍는 전 목사의 발언은 고도로 정치적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세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로만 한정하면 중요한 의미를 놓칠 수 있다.
전 목사 극우발언, 서북청년단과 맞닿아
전 목사는 극우 반공주의 개신교 신념에 사로잡힌 일종의 확신범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 신념은 제주4.3 당시 '빨갱이 소탕'을 빌미로 온갖 잔혹행위를 일삼았던 서북청년단과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전 목사가 제주4.3 희생자 추모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았다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하다. 김응교 시인(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은 자신의 책 <곁으로>에서 전 목사의 행적을 이렇게 적는다.
"제주 4.3 희생자 1만4033명 전원을 '폭도'로 규정하고, 제주 4.3평화공원에 대해서 '폭도공원'이라며 공사 중단을 주장했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바로 이선교 목사(현대사포럼대표)와 전광훈 목사(청교도 영성 훈련원장)를 비롯한 목사들이다."
극우 반공주의 개신교는 시대의 변곡점마다 숙주를 달리해 가며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지금 이 일그러진 신념은 보수 자유한국당이란 새 숙주에 기생하는 중이다.
이 같은 신념을 없앨 특효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이라면 끊임없이 성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성서에 적힌 말씀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찾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이 아니라면 건전한 상식을 함양하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일그러진 신념은 늘 무지에 기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