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원로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행위를 질타하고 나섰다.
개신교 원로들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합니다'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김영주 목사 사회로 열린 기자회견에 모인 개신교 원로들은 한 목소리로 전 목사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한기총의 대표성을 부정했다.
원로들은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새 일도 아니고, 의미 있거나 주목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마치 그와 그의 주장이 기독교회의 신앙이며 대표적인 행태인양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가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 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나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원로들은 한기총을 향해 "한국교회의 대표성은 하나의 기구에 있지 않다"며 "최근 한기총은 대표성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한기총은 전광훈 목사 사태를 속히 해결하고 갱신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전 목사가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명혁 목사는 "남북관계가 참 중요한 시기인데 전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발언이 지나치다"며 "남남갈등과 남북간 적대를 조장하는 건 복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원로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목회자의 정치 활동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교 분리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했을 때 얻은 경험에서 나온 원칙"이라면서 "정치 권력이 인권을 유린하거나 평화를 훼손하고 인종차별을 자행한다면 교회는 발언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이름으로 파당 정치에 개입하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지낸 바 있는 전병금 목사는 언론을 향해 "전 목사 발언의 근거는 가짜뉴스다. 언론이 가짜뉴스를 보도하지 않듯 전 목사 발언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원로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손봉호 교수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되듯 정치가 종교에 개입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며 "정치는 정책과 실력으로 표를 얻어야지 종교기관에 영합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원로목사도 "우리 원로들은 정치권의 막말과 이념 대결, 극한 이해대결이 너무 심하다고 보고 있다. 부디 상생의 정치를 해 달다"며 "정치권은 갈등과 대립구도 조장하고 거기 기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교계 매체는 물론 JTBC, YTN, 오마이뉴스 등 일반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한편 전 목사는 18일 오전 한기총 블로그를 통해 재차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이어 나갔다. 전 목사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주사파에 빠져 문재인 대통령을 추종하고, 보수권의 정치인들은 오직 국회의원 뱃지를 이어가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