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은 예로부터 '인삼의 고장'으로 알려진, 인구 5만 3천 규모의 소규모 지자체다. 그런데 이곳은 한동안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유치 문제로 갈등이 일었다. 적어도 6월 21일까지는 말이다.
21일 오전 금산군의회는 제259회 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화상경마장 개설 동의안을 일곱 명 의원 전원일치로 부결시켰다. 유치 동의서를 낸 문정우 군수는 군의회 결정에 따라 더 이상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상경마장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금산군 정당·시민사회 단체·민간단체 등은 '금산군 화상 (도박) 경마장 설치 반대 대책위'(가칭, 아래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톨릭·개신교·불교 등 3대 종단도 유치 반대에 나섰다.
가톨릭의 경우 금산천주교회와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 등이 금산군 의회 정례회가 임박했던 18일 ‘레저테마파크 및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사업계획에 대한 반대 미사'를 열었다.
금산 지역 114개 교회가 가입한 금산군기독교연합회(아래 연합회, 회장 김병묵 목사)도 화상경마장 유치에 적극 반대했다.
연합회 소속 목사 54명은 유치반대 성명을 내고 "레저라는 이름으로 허위 포장된 화상경마는 육체의 건강이나 정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신적인 피해와 물질적 피해를 주는 도박이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연합회 A 목사는 "금산군에서 교계가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원래 연합회는 정치적 문제엔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과 신앙양심에 비추어 볼 때 화상경마장 유치는 옳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종교계의 행동이 유치 철회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B씨는 "표결 이전 금산군은 군의회에 공을 넘긴 상태였고, 군의원들은 주민 반대 여론을 경청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개신교 연합회가 성명을 내고 가톨릭이 미사를 여니까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연합회 A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는 참여를 주저했다. 또 우리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어 기자회견 등 행사는 최소화하려 했다"며 겸손해 했다.
금산군기독교연합회는 교회가 민감한 지역의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 등 일그러진 정치행동을 일삼는 보수 개신교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