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엄격히 지킨다. 안식일 엄수는 단순히 일주일 중 하루를 쉬는 의미를 넘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까지 확장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안식일 계율을 자주 어긴다. 이 같은 행동은 율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바리사이파를 격분하게 했다. 그러나 예수의 위반은 안식일 자체를 전복시킨다기 보다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임을 일깨우는 의미가 더 강하다.
안식일을 지키는 취지는 간단하다. 창조사역을 마친 하나님을 본받아 자신의 일을 잠깐 멈추고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돌이켜 본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이 먹고 살만해서 안식일을 지켰을까? 그렇지 않다. 유대인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 없었다.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잦은 외침에 시달렸고 오랜 기간 나라를 잃고 전세계로 흩어져야 했다.
팍팍한 삶으로 인해 당장의 먹을거리가 없는 와중임에도 유대인들은 안식일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외적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낼 상징물을 파괴한 상황에서 모세오경에 명시된 계율을 지키는 것이 유대민족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집배원 잇단 죽음, 신앙공동체가 고민해야
5월과 6월 한 달 사이 집배원 두 명이 숨졌다. 5월엔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던 상시계약 집배원 고 이은장 씨가 정규직 응시원서 한 장만 남긴 채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이달 19일엔 당진우체국 집배원 고 강아무개 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고 강 씨는 정규직 전환 채 1년이 되지 않아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올해 2월부터 따지면 올해에만 아홉 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과로 혹은 안전사고였다.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동료 집배원은 다음 차례가 자신일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배원의 잇단 죽음은 신앙 공동체에게도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집배원은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린다. 2017년 8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아래 기획추진단)이 낸 보고서엔 집배원 연간노동시간이 2,745시간으로 임금노동자 평균노동시간 2,052시간(2016년 기준)보다 693시간 더 길다고 적었다. 여기에 고객 민원은 집배원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결국 집배원은 일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전국우정노조(아래 우정노조)는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2.9%의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에 우정노조는 다음 달 9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만약 파업 예고 시한까지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우정 사업 사상 처음 집배원 파업이 현실화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선진국의 원조를 받는 저개발국이 아니다.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으로 이미 발돋움했고, 이는 쉼 없이 일한 노동자들의 희생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런 와중임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모양새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가진 자들의 탐욕 탓이다.
특히나 노동강도가 심하고 위험성이 높은 일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이기에 당장 노동자들에게 쉼을 허락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행복한 환경해서 일해야 경제는 더욱 힘을 받는 법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행복은 쉼을 통해 얻어진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도 따라야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우편물과 택배 물품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이 피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단지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집배원의 잇단 죽음이 제도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유대인의 지혜는 이런 사회적 논의 가운데 훌륭한 참고사례가 될 것이다.